겨울 햇살
                                詩 /  김길순
 
버스 안 마스크 한 얼굴들을 보면
눈만 반짝이는 침묵의 흐름
한 줄기 햇살이 창 틈으로 들어와
소망의 끈을 드리워 주는 듯……
 
안경 너머로 옆 사람 속눈썹을 보면
한점 먼지도 확대해 주는 햇살
한 자락 고뇌도 가셔내는듯···
 
자세히 응시하면 차창에 반사된
햇살에서 칠색 무지개도 반짝이네.
 
한 점의 먼지도 밝혀내는
투명한 겨울 햇살…

* 추위 탓이 아니다. 마스크 쓰고 겨울모자 쓰면 같이 사는 식구라도 잘 식별이 안 된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요즘은 다중 시설은 의도적으로 피하게 된다. 어제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코로나가 아니면 조문객들로 북적일 집인데 의외로 조용했다. 같은 시간 대에 조문을 온 부부는 내가 아는 분인데 얼굴을 가린 탓에 한참 지난 뒤에야 인사를 나누었다. 그도 긴가민가 미처 몰라봤다며 미안해 했다. 조문을 마치고 나오는데 겨울햇살이 우리 일행을 맞았다. 이럴 때 겨울 햇살이 아니면 무슨 재미로 살아갈까. 김길순의 시 '겨울 햇살'이 딱 매치가 되었다. 시대 상황이 빚어낸 시... '마스크'가 그것을 상징하고 있다. 시인은 햇살을 소망이라 한다. 마음을 씻어주는 세정제라고 한다. 불투명한 사회를 맑게 하는 양약과도 같은 게 겨울 햇살이다. 겨울 햇살은 무엇보다도 세상을 따뜻하게 해 줘서 좋다. 그래서 그것은 우리의 희망이다(耳穆).

취재부  daum.net

취재부  daum.net

<저작권자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