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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시평] 개 간식과 '멸공'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발행인 | 승인 2022.01.10 00:39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아이들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내가 평소 궁금하게 생각하던 문제다.

"너희 집 강아지와 노숙자의 생명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말해 봐!"

내가 기대한 답은 노숙자 아저씨의 생명이 더 소중하다는 거였다. 왜냐하면 노숙자는 갈 곳 없어 방황하고, 또 한 끼 식사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지만 사람이니까.

그런데 사실은 이런 대답이 나오리라곤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요즘 사회의 흐름이 애 어른 할 것 없이 공동체 전체보다는 자기중심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팽배해 있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이런 대답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집 강아지도 중요하고 노숙자 아저씨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것. 왜냐하면 모두 생명을 가진 살아있는 존재이니까.

그러나 아이들의 답은 그게 아니었다. 자기들 집 강아지가 더 중요하다는 답변이었다. 이유를 물었다. 자기 집 강아지는 식구처럼 함께 지내는 사이지만 노숙자는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떻게 되든 자신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

이것이 그 아이들만의 생각일까? 아닐 것이다. 동물 애호론자들이 들으면 화낼지 모르겠으나 사람의 생명보다 자기의 반려견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세태는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부여한다. 

얼마 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목격한 장면이다. 고급 자동차에서 두 여성이 내렸다. 모녀 관계 같았다. 둘 중 젊은 여성은 강아지를 안고 있었다.

그녀가 안고 있는 강아지는 색동 옷을 입고 있었고 머리엔 예쁜 장식을 하고 있었다. 강아지를 어머니인 듯한 연로한 여성에게 맡기고 볼일을 보러 가는 것 같았다.

그 사이 어머니는 인계받은 강아지를 바닥에 내려놓고 손주를 얼러대듯 손짓하며 놀아주고 있었다. 잠시 뒤 갑자기 요란한 쇳소리가 들렸다. 딸이 지르는 소리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왜 강아지를 더러운 바닥에 내려놓았냐는 거였다. 어머니는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단순 재단하기 뭣하지만 내가 보기엔 연로한 어머니보다 강아지를 더 귀하게 여기는 젊은 여성의 모습으로 보였다. 바깥에서 저 정도이니 집안에서는 오죽할까 하는 생각까지 들어 심사가 불편했다.

요즘 한 재벌 총수 2세의 '멸공' 남발로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염려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국내 유수의 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재벌 2세인데 멸공 구호를 되뇌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사업의 성공 여부는 소비자 확보가 관건인데, 극우적 언행을 일삼는다면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그 회사의 것을 사고 싶은 마음이 식을 수밖에 없다. 이런 위험성을 감수하고도 ‘멸공 프레이드’를 펼친다면야 적이 할 말은 없다.

'멸공(滅共)'이란 말은 공산주의를 완전히 없애자는 말이다. 지난 세기 냉전 시대 때 유행했던 말이다. 1950년대 미국의 매카시선풍도 이런 시대상과 접맥되어 있다. 멸공 운운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져도 한참 뒤떨어진 말이란 얘기다.

일베류가 가끔 사용해서 손가락질당하는 단어를 재벌 2세가 시리즈로 사용하며 희희낙락하는 모습이 용기의 가상함(?)으로 다가온다. 문제는 이 현상이 그에게 국한되지 않다는 데 있다.

극우주의에 기초해 정치적 생명력은 이어오던 사람들의 작태에 화가 치민다. 내로라하는 일부 정치인들이 재벌 2세가 경영하는 대형마트에 가서 멸치와 콩을 구입하는 사진을 찍어 그들의 사회 관계망(SNS)에 인증 샷으로 올리고 있다.

멸치의 앞 글자 '멸'과 콩의 순화된 발음 '공'을 합하면 '멸공'이 된다. 멸치와 콩을 장바구니 또는 카트에 담는 사진은 그 재벌 2세의 멸공 프레이드에 공감하고 동참한다는 의미이다.

일베성 정치인, 신친일파라고 불리는 정치인들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멸치와 콩으로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고 있다. 자연산 멸치와 콩이 이런 사실을 알면 몹시 언짢아해 할 것 같다.

앞에서 강아지 이야기를 했다. 윤석열과도 관련이 있어 복선으로 깔았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윤석열이 스스로 장 보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그가 재벌 총수 2세가 경영하는 대형마트에 장 보러 간 이유에 대해 묻자 강아지 간식을 사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의 의식 구조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늦장가를 가서 아직 자녀가 없는 그들 부부가 강아지를 자식처럼 애지중지 대하는 것에 말을 보태고 싶지 않다. 다만 이것 하나만 지적해 두고 싶다. 아직도 우리나라엔 한 끼 밥을 걱정하며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

윤석열은 명색이 제1야당 대통령 후보이다.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소외계층의 삶 문제를 살피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개 간식 문제는 그런 다음 해도 늦지 않다.

멸공도 그렇다. 그 단어를 좋아하는 극소수 부류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 표만으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면 멸공 릴레이를 계속하라. 재벌 2세에게도 똑같은 말을 하고 싶다. 멸공 진영으로 사업 번창에 자신 있으면 행동을 계속하라. 21세기에 이런 용기 가상한 이들이 있다는 것도 기적이다. 나만의 생각일까?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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