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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홍익희 지음 『로스차일드 이야기 : 금융자본주의의 창시자』김상겸(단국대학교 교수)
취재부 | 승인 2022.01.08 12:47
홍익희 지음 『로스차일드 이야기 : 금융자본주의의 창시자』(오픈하우스, 2021년 7월 출판)

금융산업은 어떻게 형성되었나

칼뱅은 ‘깨끗한 부자’를 강조했고, 유대교도 부자가 축복받은 것임을 강조했다. 유대인들은 물질적인 성공은 신으로부터 선택받은 사람임을 증명해주는 것으로 믿었다. 다시 말해 재산 모으는 일은 고귀한 일이었다. 오히려 가난이야말로 삶에 대한 성실성의 결여로 간주되어 도덕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대상이었다. (pp. 266-267)

많은 이들에게 로스차일드라는 이름은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익숙하다. 하지만, 대개는 서양의 돈 많은 부자 정도로만 인식할 뿐, 어느 나라 사람이고 어떻게 큰돈을 벌었으며, 지금은 무슨 일을 하는지 등 그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로스차일드는 JP모건이나 리먼 브러더스에 비해 지명도는 낮지만 적어도 금융산업의 개척과 발전이라는 점에서 보면, 그 무게감이 현격히 다르다.

이 책의 부제가 ‘금융자본주의의 창시자’로 되어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로스차일드 가문의 성장사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유럽 근대사, 미국 현대사 등에 대한 내용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어 지적인 만족도가 제법 높다. 활자 위주의 250쪽 분량은 가볍지 않지만, 서술이 어렵지 않아 페이지가 제법 술술 넘어간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창업주 마이어 암셸 로스차일드와 그의 다섯 아들을 주축으로 성장한 금융기업이다. 대개의 창업주들이 그러하듯이, 마이어 암셸 로스차일드 역시 그 시작은 미미하였다. 유대인 박해가 한창이던 1700년대 중반, 독일 프랑크푸르트 한 유대인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난 마이어는 10대 후반 소년가장으로 직업적 커리어를 시작했다.

‘부는 축복’이라는 유대 전통에 따라, 그는 돈을 벌고 부를 모으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은행 견습생으로 현실경제의 원리를 깨우친 그는 환전소 등의 소규모 자영업을 통해 경영기법 등을 체득한다. 대부분의 성공한 사업가들이 그렇듯, ‘성실과 신용’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성장하던 그는 궁정상인, 왕실 재정관리인, 황실 대리인 등의 단계를 거치면서 실로 거대한 부를 이루게 된다.

자식 대에 이르러서는 다국적 금융그룹을 형성하였고 유럽대륙의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성장하였다. 현대 금융산업을 개척하고 발전시켰을 뿐 아니라, 경제구조, 나아가 정치구조까지 변화시킨 것이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성공에서 몇 가지 키워드를 찾을 수 있다. ‘신용 중시’, ‘위기와 변화에 대한 진취적 대응’, 그리고 ‘융합과 창조’ 등이다. 로스차일드는 그 스스로 신용을 중시하고, 이를 목숨처럼 지켜내어 성공의 발판을 일구었지만 동시에 신용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금융거래의 핵심으로 구체화시키기도 하였다.

당시 유럽은 제국주의가 태동하던 시기였으며, 이에 따라 국가 간 전쟁도 빈발하였다. 그는 전쟁의 혼란과 무질서 속에서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큰 손해도 기꺼이 감수하는 한편, 거래처의 신용에 따라 거래조건을 차별화하는 등 현대적 금융기법을 도입하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전쟁을 치르는 데에는 큰 비용이 소요된다.

당시는 지금과 같은 재정 체계가 갖추어지지 못한 시기였으므로, 전비 마련을 위한 국채발행 역시 관행적으로 반복되었다. 원래 금융은 그 속성상 불확실성과 급격한 변화를 싫어한다. 따라서 전쟁과 같은 극도의 위험상황은 금융업에는 일종의 재앙인 것이다. 지금이야 고위험-고수익(high risk-high return), 저위험-저수익(low risk-low return)의 관계가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당시에는 경제의 생리를 깨우친 사람들만이 경험적으로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다.

로스차일드는 이와 같은 위험과 보수(risk and reward)의 관계를 명확히 이해했을 뿐 아니라, 이를 어떻게 활용하여 소위 ‘대박’을 만들어 낼 것인지를 실행에 옮긴 사례에 해당한다. 남들과 달리 전비 조달용 국채거래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또한 그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전쟁 상황을 상세히 파악하기 위해 현장 인력 위주의 정보망을 구축하고 치밀하게 관리하였다. 정보가 돈이 되는 현상을 일찌감치 파악한 것이다. 유효기간이 짧은 정보의 특성을 고려하여, 당시로는 압도적 속도의 통신수단(그래봐야 비둘기일 뿐이지만)을 활용하였으며, 정보유출에 대한 대응방안도 도입하였다.

지금의 시각에서 보자면 조악한 수준에 지나지 않지만, 수백년 전에 고속 통신망을 통해 정보를 유통하고, 보안과 위험관리(risk management)에도 관심을 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요컨대 로스차일드 일가는 인적 네트워크, 정보, 유통, 보안, 위험관리 등 언뜻 보면 이질적 요소들을 결합하여 거대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낸 셈인데, 이를 다소 고상하게 표현하자면 ‘융합과 창조’인 것이다.

재물 추구를 대체로 죄악시하는 동양적 관점에서 보자면, 돈을 버는 일에 골몰하고 삶의 가치를 축재(蓄財)에 두는 것은 그리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이 책의 내용을 단지 특정 가문의 돈벌이 스토리로만 이해한다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의 돈은 전통적 관념에서의 그것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금전만능주의 비판’이나 ‘천민 자본주의 고발’류의 견해에도 이솝우화 ‘신포도(sour grape)’ 같은 자기합리화의 단면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비록 로스차일드 일가는 이기적인 마음에서 돈벌이에 매진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과정에서 현대 금융산업을 발전시킨 공로에 대해서는 부인하기 어렵다. 또한, 금융산업의 발전은 농업중심의 산업구조를 제조업으로 전환시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절대빈곤에서 구제된 것 역시 사실이다.

비약일지도 모르지만, 극소수 군주 및 귀족에 집중되어있던 국부가 국민들에게 점차 퍼져나가는 과정에서 민주주의도 발전했을 것이다. 단순히 이 책이 돈벌이에 성공한 일가의 이야기로만 이해되지 않기를 바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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