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은이가 휴가왔다. “어디로 갈까?” 국악의 고장 충북 영동의 바람이 나를 불렀다. 오랜만에 달도 머물다 가는 월류봉에 왔다.

자연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옷을 다르게 입는다. 초겨울의 월류봉은 흐린 하늘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했다.

훌훌 털어버린 후의 쓸쓸함과 개운함이 느껴졌다. 어느 날이나 좋지 않은 날이 없다. 좋은 일로 채워지는 날이 되기를 바라는 것보다 일어나는 모든 일이 다 좋은 일임을 깨닫는 마음이 귀하다.

월류봉 위로 뜬 보름달을 보고 싶다. 상상만으로도 멋스럽다. 구름 없는 밤하늘에 맑은 별들은 가슴 시리게 한다. 달빛을 따라 걸으면 어떤 느낌일지 짐작된다.

오늘은 따뜻한 햇볕과 함께 걸었다. 걷기 좋은 날씨다. 흙길이 푹신하다. 추수를 끝낸 논이 어린시절의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잔잔하게 흐르는 강에서 청둥오리 가족이 물장구질을 하고 있다. 평화로워 보였다.

포도 와인 탐방로드의 이정표가 눈에 띄었다. ‘여울 소리길-약 2.7km’, ‘산새 소리길-약 3.2km’, ‘풍경 소리길-약 2.5km’ 끝에는 반야사가 있다.

몇 해 전에 반야사에 갔었다. 깊은 계곡에 있는 조용한 사찰이었다. 세조가 피부병을 고치기 위해 왔었다고 적혀 있었다.

12월의 감나무는 잎 하나 남기지 않고 앙상했다. 추워 보였다. 무성했던 초록 감잎과 풍성한 주홍색 감은 어디로 갔을까?

처마 밑에 주렁주렁 감이 달려 있다. 쫀득쫀득하고 달큰한 곶감을 먹고 싶다. 겨울이 가까이 다가왔다. 

태원용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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