守歲(수세)

                     詩 / 鵝溪 李山海(1539~1609)

舊歲今從何處去 묵은 해 이제 어디로 가는가

新年似向此中期 이쯤에서 새해를 기약해야겠구나

流光衰衰非關我 흘러가는 세월 나와 무관하다 하지만

最是生憎入鬢髭 귀밑머리로 돌아오니 가장 밉구나

* 서유석의 '가는 세월'이라는 대중 가요가 있다.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 수가 있나요~'로 시작하는 이 노래가 젊을었 적엔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백발이 쌓여가는 나이가 되자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 이게 인생의 철리(哲理)라고 여기고 있다. 2021년이 딱 3일 남았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이지만 해의 바뀜에 마음이 저리다. '오늘의 시'로 모처럼 칠언절구 한시 한 편을 골랐다. '오늘이 시'가 아니라 '옛시'가 되겠다. 아계 이산해는 조선 중기 고위 관료이다. 우의정을 지냈으니 입신하고 양명의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겠다. 묵은 해를 붙잡고 매달리는, 하지만 곧 현실로 받아들이고 새해를 기약하는 모습에서 인간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 영의정을 지낸 고위 관료가 이러했으니 장삼이사인 우리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아니, 시간을 붙잡고자 하는 마음은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찾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래도 속일 수 없는 것은 하얗게 변하고 있는 귀밑머리(鬢髭)에 대한 미운 마음이다.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려니... 내년 이맘 때 또 비슷한 생각을 갖게 되겠지? 5백여 년을 거슬러 올라가 아계 선생과 맞닿는 마음....(耳穆)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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