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 간다. 지난 한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뽑을 때다. 좀 거친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면 극단적 단어 같아 저어되었다. 그래도 할 수 없다. 어떤 단어든 그 속에는 더 나아지리라는 염원이 담겨 있으니까. 눈치 챈 독자도 있으리라.

김천일보가 뽑은 지난 한 해(2021년)의 사자성어로 '死生決斷(사생결단)'을 뽑았다. 전문가 여러 사람에게 자문을 구했다. 사생결단으로 정한 이유를 몇 가지 댈 수 있겠다. 하지만 두 가지만 연결해서 생각함으로써 독자의 동의를 구하고자 한다.

아니, 그 전에 '사생결단'의 뜻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死(죽을 사), 生(살 생), 決(결단할 결), 斷(끊을 단). 그러니까 이 사자성어의 본 뜻은 '죽느냐(死), 사느냐(生)를 결단(決斷)내려고 함'이다. 죽음을 무릅쓰고 끝장을 내려고 대 든다는 의미이다.

위에서 두 가지 이유를 들겠다고 말했다. 먼저, 코로나19와의 투쟁이다. 마치 전쟁을 하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 아닌가. 아니,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지금 우리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벌써 2년째다. 얼마를 더 끌지 모른다. 일상이 상실된 날이...

사생결단의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를지 모른다. 사느냐 죽느냐의 급박한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백신 접종은 희생을 줄이기 위한 궁여지책(窮餘之策)이란 것쯤은 대부분 알고 있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코로나19를 빙자해 정부가 국민의 자유권을 제한하고 인권을 침해한다며 반발한다. 어제는 한 고등학생이 이런 이유를 대며 대통령을 권한 남용죄로 고소장을 제출했다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죽음 앞에서는 자중해야 한다. 코로나19가 횡행하는 데도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민(民)과 관(官)이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되어 사생결단의 자세로 싸워도 버겁기만 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닌가.

'사생결단'을 2021년 사자성어로 뽑은 두 번째 이유는 돌아오는 대선과 관련이 있다. 여야 모두 후보를 확정지었다. 당내 경선 때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 상대 후보에 대한 사생결단의 적대적 태도였다. 지금은 상대 당 후보가 '사즉생(死卽生)'의 타깃이다.

사생결단, 사즉생은 비슷한 말이다. 과정과 절차 그리고 내용은 사상(捨象)한 채 오로지 이겨야 한다는 목적만을 향해 뛰고 있다. 지금의 각 당 선대위가 이런 체제로 움직이고 있어서 염려가 적지 않다. 대선 승리가 목적의 총화가 될 때 국민도 안중에 없게 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대통령이 필요한 것인데, 그 반대 현상이 정상처럼 자리하게 된다. 다소 이른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 신문사가 '사생결단'을 2021 사자성어로 뽑은 것은 각 당의 선거운동이 정상의 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흥신소의 자리에서 정책 정당의 자리로, 네거티브 선거운동에서 포지티브 운동으로, 이전투구(泥田鬪狗)에서 페어플레이로, 국민에게 스트레스를 안겨 주는 선거운동이 아니라 희망을 선물하는 운동으로, 사생결단에서 상생으로... 이상이 김천일보가 뽑은 2021년 사자성어가 ‘사생결단(死生決斷)’으로 낙착된 이유이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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