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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이외수의 '겨울비'
취재부 | 승인 2021.11.30 14:29

             겨울비
                        詩 / 이외수

모르겠어
과거로 돌아가는 터널이
어디 있는지
흐린 기억의 벌판 어디쯤
아직도 매장되지 않은 추억의 살점
한 조각 유기되어 있는지
저물녘 행선지도 없이 떠도는 거리
늑골을 적시며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
모르겠어 돌아보면
폐쇄된 시간의 건널목
왜 그대 이름 아직도
날카로운 비수로 박히는지


* 겨울비는 형용모순처럼 들린다. 겨울눈이 강하게 심상에 자리하기 때문일까. 허나 겨울에도 비는 내린다. 문학하는 사람들은 계절 잃고 내리는 겨울비를 '추적추적'이란 부사로 표현했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도 '추적추적' 내리는 비로 시작하고 있지 아마. 비나 진눈깨비가 내리는 모습을 표현한 부사지만 웬지 부정적으로 다가온다. 청승스럽다 할까, 멈추라는 바람이 담겨 있다고나 할까. 시인도 그런 뜻에서 겨울비를 '추적추적' 내린다고 했을 터. 추운 겨울이 가난한 사람에겐 고통의 시간이다. 피하고 싶다. 시간을 역행해 따뜻한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것도 순전히 겨울 추위의 공포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를 아무리 떠올려봐도 도피성이 못된다. 그래, 시인의 독백처럼 '모르겠어'다. 폐쇄된 공간에서 지금 힘겹게 목숨을 이어가는 시인은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이 시를 써내려 갔을까. 겨울 혹한, 고통의 시간, 날카로운 비수가 속히 걷히기를... 겨울비가 내리는 11월 마지막 날에(耳穆).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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