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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초입에 만난 연극 <레미제라블(Les Misérables)>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취재부 | 승인 2021.11.29 00:31

명작은 모두에게 감동을 준다. 그리고 시간을 초월하여 오래 읽힌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고전으로 등극할 수도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을 덧붙이고 싶다. 명작은 장르 확장성을 갖고 있다. 소설이 영화와 연극으로 그리고 뮤지컬로 대중을 만난다.

프랑스의 작가 빅톨 위고(Victor Hugo)의 장편소설 <레미제라블(Les Misérables)>도 여기에 해당된다. 1862년 발표된 작품이니까 160년 전 프랑스 사회가 시공간적 배경이다. 사회성 짙은 작품으로 평가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사회변혁에 포커스를 맞추기도 한다.

마리엘 주교로부터 받은 도움으로 변화한 삶을 살아가려는 주인공 장발장에게서 짙은 종교성을 부각하려는 평자도 있다. 이것을 다 아우를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불쌍한 사람들'이란 뜻의 Les Misérables은 약자 사랑의 전제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 단어이다.

1832년 프랑스 6월 봉기를 소재로 한 이 작품에서 마리우스를 비롯한 시민군 사이에서 나누는 전우애는 사랑의 진수를 보여주어 감동이다. 장발장의 딸 코제트와 시민군 지도자 마리우스 퐁메르시는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도 사랑을 나눈다.

레미제라블이 연극으로 전화되어 김천에 왔다. 지난 11월 27일(土)이었다. 그날 오후 3시와 오후 7시 30분, 2회 공연으로 그친 아쉬움이 없지 않았지만 이게 웬 횡재냐 싶었다. 등장인물만 50여 명, 거기에 스텝까지 합하면 100여 명의 대 부대가 레미제라블을 안고 김천에 온 것은 큰 뉴스거리였다.

공연의 때도 적절했다. 추위가 몰아치는 겨울 초입에, 사회적 약자를 돌아보아야 할 연말이 다가올 즈음 무엇보다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사회가 혼란스런 징조를 보일 때 레미제라블이 사랑을 주제로 김천시민을 찾아왔다. 사랑은 마음 순화의 다른 이름이다.

'사랑과 희망의 대서사시 레미제라블', 진정한 휴머니즘을 그려낸 빅톨 위고의 걸작을 무대 위에서 고스란히 재현한 웅장하고 격정적인 연극이란 찬사가 뒤따랐다. 1부와 2부를 합해 2시간 40분이 금세 지나갔다. 연극에 빨려 들어갔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등장했음에도 연기에 군더더기가 없었고 배우들 간의 하모니도 자연스러웠다. 장발장, 자베르, 코제트, 마리우스와 미리엘 주교에 이르기까지 작품 속 인물들의 개성을 살려내며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조명과 음향 그리고 무대 소품도 평가해 줄 만했다. 사실 처음엔 좀 걱정을 했다. 레미제라블과 같은 대작을 올리기엔 무대가 협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좁은 공간에 맞게 소품과 조명 시설을 갖추고 또 등장 인물들이 막과 장 사이에 소품 배치를 일사불란하게 처리함으로써 연결을 매끄럽게 했다.

명작은 시공을 초월해서 감동을 준다. 프랑스 작가인 빅톨 위고가 그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쓴 작품이 우리에게 다가와 감동을 주는 것도 인간의 보편적 정서를 터치한 때문일 것이다. 레미제라블은 인간 삶의 내용인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이다. 그것을 가까이서 확인하는 재미는 기대 이상이다.

작년이 연극의 해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공연다운 공연 한 번 하지 못하고 지나왔다. 늦게나마 좋은 연극이 공연되도록 주최한 김천시, 주관한 김천시문화예술회관과 무지크브로이에 찬사를 보낸다. 문화예술의 부가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 많은 지자체들이 이 방면에 비중을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날 공연에서는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을 소개해야겠다. 장발장 역에 윤여성, 쟈베르 역에 이호성, 질노르망 역에 문영수, 주교 역에 박웅 등 거장 배우들은 격조 높은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코제트 역의 방세옥과 마리우스 역의 강호석 등이 펼친 연극은 한 편의 대 서사시의 전개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문화예술의 다양화가 요구되는 시대이다. 대중예술 가운데 격조 있는 문화를 배합해 시민들과 만남을 주선하는 조화로운 행정에 시동이 걸린 것 같아 기쁘다.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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