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발행인 시평
[발행인 시평] 가난한 사람이 부자 당을 위해 투표를 하는 이유는?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발행인 | 승인 2021.11.17 12:32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내년 대선을 가급적 객관적으로 보려고 한다. 각당 후보가 결정되기 전에는 여러 캠프에서 연락들을 해왔다. 그래도 처신에 신중해야 했다. 한 후보에게 지지 표명을 분명히 했다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서운하다는 말 듣는 것이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도 그렇지만 그것의 한 실천 행위인 선거도 다수의 국민을 위한 것일 때 의미가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선거 때마다 지지하는 후보로 인해 쌓았던 인간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많이 경험했다. 일단 투표 결과가 나오고 난 뒤 관계가 되돌아오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다.

예선이 끝나고 이젠 본선만이 남았으니 처신에 다소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 가지고 있는 생각과 삶의 조건이 비교적 분명한 내가 마음 속으로나마 지지하는 후보의 윤곽을 잡을 수가 있어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할 테지만 정치 행위는 개인 삶의 내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지지하는 후보는 깊은 연구 결과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의식주(衣食住)를 비롯해 삶의 조건 및 의식구조(意識構造) 등의 관계성에서 비롯된다. 종교도 비슷하지만 정치적 편향성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자기 주장이 강하지 않은 듯한 사람도 정치 문제에선 확고하다.

전통적인 방법 중 하나는 지지자 연결을 인연에 대입하는 것이었다. 학연(같은 학교) 지연(같은 출신지) 혈연(친인척 관계) 교연(같은 종교) 등을 매개고리로 지지를 호소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것도 후진국 양태라며 비판을 받으면서 활동의 영역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의 책 <정치학>에서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인간을 정치적 동물이라고도 했다. 사회에 발붙이고 사는 사람 중 정치와 무관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국가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은 인간 이상의 존재이거나 아니면 인간 이하의 존재라고 갈파했다.

대다수를 위한 정치를 위해 국민은 최소한의 행위를 하고 살아야 한다. 그 행위 중 하나가 선거 때의 투표이다. 기권도 하나의 권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지만 이건 망망대해에서 돛에 배를 맡기는 것과 같다. 올바른 항해가 되기 위해서는 작으나마 노 젓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내년 대선에 나올 각 당 후보가 결정되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대통령 재목들이 안 된다며 내년 대선을 냉소적으로 보는 흐름이 없지 않다. 이런 현상은 해를 거듭할 수록 더 할 것이다. 지금을 지식 정보 사회라고 한다. 고도로 발달한 SNS는 영웅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게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통령은 국민이 만드는 것이다. 재목이 안 되면 되도록 하면 된다.

독일의 수리학자 비트포겔이 <동양적 전제주의>란 책에서 동양인은 절대 군주(영웅) 없이는 존재하지 못한다는 식의 비하성 주장을 했다. 중국에서 비롯된 이런 현상이 몽골을 거쳐 러시아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지난 세기 발표할 때도 비판이 없지않았지만 특히 지금의 눈으로 보면 어림도 없는 주장이다. 

대통령도 영웅이 아닌 나와 동류의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이게 오늘날 국민의 정서이다. 역대 대통령들 중 서민풍을 잔뜩 풍기는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이유도 이런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 영웅을 원치 않는 시대 조류, 이 조류에 어울리는 후보가 과연 누구인지 살펴볼 일이다.

다음과 같은 말도 귀에 담아 둘 필요가 있다. 최선(最善)의 후보를 뽑는 게 아니라 차악(次惡)의 후보를 선택하는 게 요즘의 선거라는 말. 앞에서 언급한 국민이 대통령을 만들어 간다는 것과도 연관되는 말이다. 이 세상에 최선의 사람, 즉 신과 같은 사람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 한 때, 권위주의 정권에서는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있는 게 아니라 국민이 한 사람 대통령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짐(朕)이 곧 국가인 시대였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들 중 아직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자는 역사를 후퇴시키는 인물이다. 뽑지 말아야 한다.

투표하는 기준을 최선이 아니라 차악의 후보를 선택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선악(善惡)'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얼마나 헌신적이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속 마음과 겉 모습의 일치 여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서민의 입장에서 서민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후보에게 마음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 아닌가. 

선거, 특히 대통령 선거가 있을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아니 사람이라기보다 책이다. 미국의 언론인이자 역사학자인 토마스 프랭크(Thomas C. Frank)가 지은 <캔자스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What’s The Matter With Kansas · 2004)> 란 책이다. 미국 선거를 분석한 내용인데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캔자스주는 미국의 50개 주 중 가난하기로 소문난 곳이다. 그런데 선거 때마다 부자들을 위한 정당으로 알려진 공화당에 몰표를 준다는 것이다. 부자 증세를 반대하고 기업인들의 이익을 늘리는데 몰두하는 보수정당을 지지한다. 경제적 문제를 외면하고 도덕적 문화적 분노를 자극한 결과라고 프랭크는 진단한다. 

우리에게도 이런 측면이 없을까? 깊이 천착해 볼 일이다. 서민이 부자들을 위한 선거 공약에 현혹되어 투표하게 될 때, 입게 되는 암묵적 피해는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클 수 있다. 정치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냉철한 기준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전진이냐 후퇴냐의 기로, 내년 대선이 중요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발행인  gcilbonews@daum.net

발행인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발행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상호 : 김천일보 김천iTV  |  경북 김천시 거문들1길 88-74  |  전화번호 : 054-436-2287
등록번호 : 경북, 아 00398  |  대표전화 : (054)437-0478  |  등록일 : 2016년 01월 18일  |  발행인 겸 편집인 : 이명재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성숙  |  e-mail : gcilbonews@daum.net
Copyright © 2022 김천일보 김천iTV.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