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엽서
                       詩 /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 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사진=연합뉴스

* 가을은 외로운 계절이다. 쓸쓸함이 느껴지는 철이다. 안도현 시인은 거기에서 한두 잎의 단풍잎을 끌어들인다. 가을은 단풍으로 물든 나뭇잎이 지천으로 늘려 있는데, 그것을 개별화 시켜 한 잎 두 잎이다. 역시 외로움이 우러난다. 그것으로 끝나면 의미가 왜소해진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사랑'이다. 동서고금의 만국 공통어인 사랑! 낙엽과 사랑의 공통분모는 '낮은 데로 임한다는 것' 그렇다. 그런데 시의 제목이 '가을 엽서'이다. 엽서의 '엽(葉)'이 '잎 엽'자이다. 역시 가을 낙엽과 통한다. 연인에게 띄우는 사랑의 엽서. 시를 사랑한다는 것은 낙엽처럼, 온전한 사랑처럼 낮은 곳을 지향하는 작업이다. 세상은 자못 높은 곳만 바라보라지만 말이다(耳穆).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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