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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작가 문홍연의 # 일상 - 춘자네 칼국수 한 그릇....
문홍연 | 승인 2021.10.12 09:42

#일상

춘자네 칼국수 한 그릇....

누구든지 한 지역에서 수십 년 넘게 살다보면 단골식당이란 게 생기게 마련입니다. 저한테는 춘자네 식당이 그런 셈이지요. 1년에 대여섯 번은 칼국수를 먹으러 들리는 것 같습니다.

친구들 모두가 비가 오면 밀가루 음식이 땡긴다고들 합디다. 무슨 과학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그렇게 궁금하지는 않구요, 맑은 날에도 그냥 좋아합니다

오늘은 비가 내리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음들이 통했을까요? 춘자네 칼국시집에서 만나자고 문자가 옵니다.

그리 먼 곳도 아니고 가까운 구성면에 있답니다. 식당 간판은 안 보입니다.

그냥 ‘춘자네집’이라고 부릅니다. 아마도 주인 아주머니의 이름이 춘자겠지요? (연배가 저보다 두어 살 많은 것 같아서 주인장이 있을 때는 절대로 춘자네라고 안합니다.ㅎ)

이런 식당을 보통 구멍가게라 부르지요. 막걸리와 소주도 팔고 과자부스러기를 팔기도 합니다. 오래된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은 홀이 나오는데 좌식용 탁자가 놓여있고 홀에 붙은 방에도 좌식용 탁자가 두어 개 더 있습니다.

일행이 식당에 들어서니 안면이 있는 분들 너댓 명이 이미 칼국시를 드시고 있더군요. 막걸리를 곁들여서....

우리 일행은 방안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담한 TV가 켜져 있고 선풍기까지 돌아가더군요. 벽에는 춘자네 주인장의 자식들이겠지요? 수십 명의 가족과 친척들이 신랑신부와 나란히 찍은 결혼식 사진하며, 등산을 좋아하는지 유명한 산을 다니면서 여럿이 찍은.... 알록달록한 등산복으로 한껏 멋을 낸 사진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액자가 가지런히 걸려 있었습니다.

오래전에 김천시에서 수여하는 "자랑스런 시민상"을 수상했는지 인물이 훤한 전직 김천시장님과 찍은 사진도 걸려 있답니다. 아마도 동네 부녀회장을 열심히 하셨거나 구성면 새마을단체에서 봉사활동을 많이 하셨으니 큰 상을 받으셨겠지요.

잠시 앉아 있으니 두부 한 모와 김이

술술 나는 파전을 주시네요. 한 젓가락 양념장에 찍어 입에 넣었더니 입천장에 짝 붙는 것이 아주 익숙한 맛입니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줏어먹었더니 금방 접시가 바닥을 비웠습니다.

이어서 칼국수가 들어옵니다. 그릇을 보니 양이 너무 많아서 덜컥 겁이 납니다. 올 때마다 양이 많다고 노래를 불러도 늘 많이 주시네요. 베푸는 인심이 넉넉하신 듯합니다.

옛날 칼국시는 원래 간장맛이지요.

조선간장에다 고춧가루를 풀고 파도 쫑쫑 썰어 넣고 참기름도 넣고 깨소금까지 듬뿍 얹었더군요. 먼저 국물을 한 숫갈 떠서 입에 넣었습니다.

음.... 이맛이야...!

콩가루가 듬뿍 들어간 밀가루 반죽을 홍두깨로 여러 번 밀어서 무쇠칼로 썰고, 멸치육수에다 애호박 감자 조선간장이 어우러진 맛.... 이런 맛을 표현하려니 마땅한 수식어가 떠오르지를 않습니다.

가을비가 내리는 날 단돈 기천 원에 중년 사내들의 허전한 마음과 허기를 채워주는 칼국시 한그릇! 이만한 진수성찬이 어디에 있을까요?

요건 덤으로 드리는 남의 詩 한편입니다

*** *** *** *** *** *** *** ***

        옛날 국수 가게

                          詩 / 정진규

햇볕 좋은 가을날 한 골목길에서
옛날 국수 가게를 만났다
남아 있는 것들은 언제나 정겹다
왜 간판도 없느냐 했더니
빨래 널듯 국숫발 하얗게 널어놓은 게
그게 간판이라고 했다
백합꽃 꽃밭 같다고 했다
주인은 편하게 웃었다
꽃 피우고 있었다
꽃밭은 공짜라고 했다

문홍연  gcilbonews@daum.net

문홍연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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