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을

                         詩 / 백국호

10월에는
가슴에 넣어둔 그리움은 모두 물이 든다.
산허리를 넘고 있는 연가.
산마루에서 기다리는 이름 하나.

가을 산에 서 있으면 듣는다.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손 내미는 소리.

억새는 억새끼리 서걱이고
산골물도 걸으며 속삭이고 있다.
가을에는 
눈 먼 사랑도 익어간다.

사진=문홍연

* 문학의 계절을 봄으로 생각했던 적이 있다. 물론 파릇파릇 젊었을 때이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 기기에 미래를 담고 희망을 모자이크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허나 지금은 황혼의 나이... 어느듯 가을을 문학으로 잇는 연치가 되었다. 우연찮게 백국호의 시 '가을'과 마주 했다. 간결하면서도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하는 시다. 시 '가을'의 주제는 외로움이다. 외로움을 사방에서 받쳐주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을 찾는 외로움 또는 외로움을 찾는 사랑... 그리움으로 물든 마음을 사랑노래(戀歌)로 발산하니 산마루에 기다리는 이름 하나가 있다. 바로 사랑이다. 외로움은 홀로임을 자각하는 감정인데,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손 내미는 소리'라며 고정된 틀을 벗어나려 한다. 가을은 눈 먼 사랑, 타산하지 않는 순수한 사랑이 익어가는 계절이어서 좋다(耳穆).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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