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詩 / 이해인
초록의 바다 위에
엎질러놓은
저 황홀한 불빛의
세례성사
솔숲 사이로 빛나는
한 그루 단풍나무처럼
그대는 내 앞에 계십니다
푸름 속에 혼자 붉어
가을 내내
눈길을 주게 되는
단풍나무 한 그루처럼
나도 자꾸
그대를 향해 있는
눈부신 가을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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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는 가을에 해야 제격이다. 연서(戀書)일 경우는 특히 그렇다 낙엽 지는 가을은 외로운 계절이기 때문이다. 이럴 땐 문득 자기 자신을 비우고 싶어진다. 그러면 곧 외부에서 따뜻한 사랑으로 가득 채워 줄 것만 같다. 그 매개 고리가 편지이다. 그것도 펜으로 꾹꾹 눌러서 쓴 자필의 편지... 사랑을 희원하는 사람에게 쓰는 편지는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한다. 드디어 완성된 편지 글을 봉투에 넣고 동네 우체통에 고이 넣는다. 그리고 기다리는 기쁨! 이해인의 '가을 편지'는 빛으로 계절을 발(發)하고 있다. '초록→홍색(불핓)→황색(단풍)→푸름→붉음→눈부신 가을 오후(색의 종합)'.... 사랑 받기 위해 이 시에서 짜낸 색깔들이다. 시인의 고운 마음처럼, 이 가을 외로움이 가을을 화려함으로 채워지기를 소망한다(耳穆).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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