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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수상] 진흙밭 가운데 핀 연꽃처럼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이명재 | 승인 2021.09.21 17:33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부산 큰댁에서 추석을 보내고 있습니다. 치밀하게 준비한 것은 아닌 듯한데 8명이 모였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부합하는 숫자입니다. 두 차례에 걸쳐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입니다.

찬송을 하고 간단하게 기도를 하였습니다.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믿음 좋은 사람들이 새 식구로 들어옴으로써 전통적 습성이 깨지고 있습니다. 새 식구가 된 며느리 둘이 그리스도인입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주고받는 정들이 있어서 큰 위로가 됩니다. 사랑과 정이 메마른 사회는 얼마나 삭막할까요. 가족뿐 아니라 주위에 가까이 지내는 분들로 인해 행복감을 느낍니다.

특히 이번 추석을 통해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교회 땅 문제가 돌발해 혼몽스러워하는 저희들을 위해 다양한 경로와 방법으로 사랑을 주셨습니다. 큰 위로가 되었음은 물론입니다.

여러 곳에서 헌금과 선물을 보내주셨습니다. 목회에서도 또 사회적으로도 가시적인 실적은 별로 없는데, 우보천리(牛步千里)의 자세로 묵묵히 걸어왔습니다. 주위에 해(害)는 주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살아왔습니다.

추석 선물로 받는 것들을 이웃과 나누었습니다. 받는 것에 버금가는 주는 것의 기쁨을 맛보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콩 하나라도 나누어 먹는 것이 우리의 전통이었지요. 격세지감이 없진 않지만….

전화와 문자로 격려와 위로의 마음을 주신 분들의 한 마디 한 마디를 생각하면서 마음을 새롭게 다집니다. 땅 문제는 더 이상 들추어내지 않고 하나님께 맡기려 합니다. 기도하는 시간을 늘려야 하겠지요.

추석 명절이지만 분위기가 냉랭하네요. 코로나19 때문입니다. 빨리 퇴치되기를 바라지만, 이 녀석도 만만치 않을 거란 예측들을 하더군요. 위더 코로나(with Corona)를 준비해야 한다는 반갑지 않은 말도 들립니다.

글을 쓰고 있는데 폰이 요란하게 울립니다. 삼척에 사는 후배에게서 온 전화입니다.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의고 두 형제가 고아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후배 부부는 성실한 삶으로 두 자녀를 훌륭하게 키웠습니다.

그 후배의 동생은 신학교를 나와서 목회의 길을 걸었습니다. 선교사의 꿈을 품고 열심을 다하였습니다. 하지만 과로로 30대 후반에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한쪽 날개를 잃은 것 같은 후배가 무척 외롭게 보였습니다.

그 후배는 저를 친형처럼 생각하고 어려움이 있을 때 상의를 해 옵니다. 같이 고민하고 기도하면서 지혜를 찾을 때가 많습니다. 이 후배는 명절 때면 잊지 않고 안부 전화를 해 옵니다. 우리 둘 사이엔 정해진 통과의례가 되었습니다.

아마 명절 때 고향을 방문하지 못하는 사람이 부모님께 전화 통화로 방문을 대신하는 심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 고마운 일이지요. 이런 게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아닐는지요. 이럴 때면 언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습니다.

우리 동네 출신 한 집사님이 있습니다. 서울 살면서 명절 고향 방문 때면 저희 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립니다. 예배와 맞물리지 않을 때는 선물을 들고 꼭 인사하고 가는 집사님입니다. 하지만 올 추석은 고향 방문이 어렵겠다고 알려 왔습니다.

코로나19가 사람 사이를 떼어놓습니다. 사람 중심의 사회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거리는 멀리, 마음은 가깝게!'라는 구호로 감염병에 대처하려 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추석날 외진 곳에서 곤비함을 풀며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합니다. 선(善)하게 살아야 하겠다는 것, 사람 배신하지 않아야겠다는 것, 어려울 때 서로 돕고 살아야겠다는 것,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것... .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냉랭한 추석 명절 분위기가 제게 조금은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이것만 해도 올 추석 맹탕으로 보낸 것은 아니란 생각을 해 봅니다. 부끄러운지 달도 얼굴을 감추었네요.

사람의 손길을 탄 온실 속의 꽃도 아름답습니다. 아무도 돌보는 이 없는 야생화의 아름다움은 여기에 비길 바 아닙니다. 진흙밭 속에 고고히 핀 연꽃은 경외스럽기조차 합니다. 이런 생(生)이 되고 싶습니다.

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시는 김천일보 독자 여러분, 추석 연휴 유익한 시간 되시기 바라면서 인사를 대신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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