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유해발굴 경위 발표하는 천주교 전주교구장(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김선태 천주교 전주교구장이 1일 오전 천주교 전주교구청 호남의사도 유항검관에서 우리나라 천주교 최초 순교자 유해 발견 경위를 발표하고 있다. 2021.9.1 jaya@yna.co.kr

(전주=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한국 천주교의 첫 순교자 유해를 발굴한 천주교 전주교구에서는 이번 일을 교회를 넘는 일대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주교구는 1일 "첫 순교자 묘와 유해의 발견은 한국천주교회 역사 사료의 부족하고 모호한 부분을 분명하게 밝혀주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한국 천주교회의 순교 역사에는 많은 순교자가 있으나, 그 기록과 사료가 충분한 경우는 많지 않다. 사료에 두루뭉술하게 언급된 내용을 토대로 순교자의 묘 위치를 정확히 알아내는 것은 교회사 연구영역에서도 쉽지 않은 일로 받아들여져 왔다.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시성(諡聖)된 103위 성인 중에서 유해가 확인된 경우는 27명, 시복(諡福)된 124위 복자 중에서는 19명에 불과하다.

천주교가 이번 순교자 유해 발견을 두고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다.

천주교는 유해 발굴 과정에서 확인된 순교자 묘지의 형태와 조성방식, 함께 매장돼 있던 묘지석의 문화사적 가치에도 주목하고 있다.

유해가 확인된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의 묘광의 깊이는 일반적인 묘와 다르게 더 깊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발굴 성과가 향후 순교자들의 묘지 형태 변화나 양상을 연구할 때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천주교 측은 보고 있다.

순교자 묘에서 나온 묘지석(전주=연합뉴스) 한국 천주교 첫 순교자 유해와 함께 나온 묘지석이다.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의 묘에서는 '백자사발지석(왼쪽부터 순서대로)'이, 윤지헌 프란치스코 묘에서는 '백자제기접시'가 나왔다. 2021.9.1 [천주교 전주교구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윤지충과 권상연의 묘에서는 유해와 함께 이들의 인적 사항이 적힌 '백자사발지석'도 발견됐는데, 이 또한 문화사적으로 연구 가치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회 안에서는 첫 순교자 유해 발굴이 신앙 쇄신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전주교구는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의 순교는 조선 천주교회가 사그라지거나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하나의 씨앗이 돼 자라나게 해준 계기가 됐다면 230년이나 지난 지금 이들 유해 발견이 신자들의 신앙 쇄신을 실천할 기회를 제공하리라 희망해본다"고 전망했다.

교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향후 순교자 현양과 공경을 위한 일정을 공개했다.

오는 16일 오전 10시 전북 완주군 초남이성지에서는 '한국 최초의 순교자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 신유박해 순교자 복자 윤지헌 프란치스코 현양 미사 및 유해 안치식'이 있을 예정이다.

24일 오후 2시 같은 곳에서는 세 순교자 유해 진정성에 대한 보고회를 연다. 보고서 발간식에 이어서는 순교자 묘소 현장 방문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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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 양정우 기자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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