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모임 독립’과 YMCA, 천도교 청년회가 중심이 되어 8월 2일 정오부터 1시간 동안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은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 진상을 공개하고 공식 사과하라!>는 피켓을 들고 세분이 각각 떨어져 1인 시위를 했다.

‘간토대지진’이란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부터 미나미간토(南關東) 지역인 도쿄(東京)도와 가나가와(神奈川)현, 지바(千葉)현, 사이타마(埼玉)현 이바라키(茨城)현 등을 중심으로 짧게는 4분 내지는 10분간 계속된 진도 7, 규모(매그니튜드) 7.9의 지진을 말한다.

관동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지진으로 사망한 사람이 1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었고, 도쿄 시내에서만 화재로 약 3만 8천여명이 사망했다. 당시 도쿄에 있던 함석헌은, 지진 시작 때가 점심 취사 시간이어서 취사 중 미처 불을 끄지 않은 채 집안을 빠져나오는 바람에 도쿄가 불바다가 되었다고 증언했다.

지진에 의해 많은 인명이 희생되었고 가옥이 파괴, 소실되었으며 재물의 손괴 또한 막대했다. 대지진으로 인해 인명․가옥․재산이 막대하게 손실되자 일종의 공황상태를 맞게 되었다. 민심이 흉흉해지고 유언비어가 난무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심리적 공황상태는 유언비어를 더 촉발시켜 가상적 적을 만들어 이를 공격하는 집단 심리가 작동하게 되었다.

대지진으로 잃은 인명과 재산이 딱히 보상받을 길이 없었지만 대중들은 조선인을 학살함으로써 심리적 대리만족이라도 찾게 되었을까. 난무하는 유언비어는 조선인(일부 중국인)을 타깃으로 했다. 일본 정부는 지진으로 인한 혼란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알았지만 유언비어를 활용하고 또 거기에 편승하여 자신들이 져야 할 책임을 조선인에게 전가시켰다.

일본 민중들은 희생양을 찾아 심리적 보상처를 찾았다. 그들은 유언비어를 진실인 양 수용, 관민일체로 조선인 사냥에 나섰다. 그들은 조선인이 이 혼란을 틈타 불을 놓았다느니, 우물에 독약을 풀고 또 폭탄테러를 감행한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일본 내무성은 각급 경찰서에 공문을 하달, 재난을 틈타 조선인들이 방화와 폭탄테러, 강도를 획책하고 있다고 상기시켰다.

무고한 시민들을 보호해야 할 경찰은 재일조선인의 보호에는 소극적이었고, 심지어는 “풍설을 돌리고는 보호한답시고 모두 유치장 창고 같은 데에 수용해 놓고는 집단적으로 모조리 죽여버렸다.” 간토대지진 때에 도쿄에 있었던 함석헌은 도쿄의 유학생 감독부 기숙사에 있던 조선인 학생들도 “청년단 재향군인 하는 사람들이 기숙사에 달려들어 모두 학살해버리려 끌어냈다”고 증언했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정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은 이렇게 관동대지진의 혼란 속에서 자행되었다. 이 학살을 주도하거나 방조했을 일본 정부는 당시 희생자 숫자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을 것이지만 입을 다물고 있다. 당시 상해에 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간행하는 기관지 ‘독립신문’(1923. 12. 5일자)은 관동(關東)대지진에서 학살된 조선인의 사망자를 6,661명으로 집계했고, 임정 자료를 이용하여 『한국독립운동사』를 쓴 김승학(金承學)은 6.066명이라고 했다. 조선인 희생자의 수가 이보다 몇 배가 더 많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1인시위를 시작하기에 앞서 필자는 그 의미를 다음과 같이 간단히게 설명했다.

첫째는 이 사건이 있은 지 100주년이 거의 되어 가는 시기에 한일 양국민이 그 실체를 알아야 한다. 이 사건은 전쟁에 의하지 않고 ‘민족적인 차별로’ 다른 민족을 대량학살한 중요한 사례에 해당한다. 말하자면 나치의 홀로코스트에 앞서 자행된 이민족 대량학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먼저 그 만행의 실체를 알아야 한다.

한국과 일본의 민중은 물론이고 세계인들도 일본의 ‘대정(大正) 데모크라시’ 시기에 있었던 이 대량학살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은폐에 급급했던 일본 정부가 그 진실을 밝히는 데에 나서야 한다. ‘간토대학살’ 100주년을 맞이하면서 한일간의 과거사와의 화해는 이 간토대학살의 진실을 외면하고서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는 한국 정부와 국회가 지금껏 이 문제에 대해 무성의했다는 것을 지적하고 관동대학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에서다. 그 동안 19대 국회에서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유기홍 의원 등 103인)을 2014년 4월에 제출한 적이 있으나 2016년 5월 29일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피해자 수 삭제.... '침략'을 '진출'로 미화한 일본 교과서. 독도를 일본 영토로 버젓이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도쿄=연합뉴스)

2015년 3월에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명수 의원 등 11인)이 제안되었으나 이 역시 2016년 5월 19대 국회의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20대 국회에서도 이명수 의원 등 10인이 2016년 9월,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안했으나 2020년 5월 임기만료로 폐기되고 말았다. 이제 관동대학살 100주년을 맞아 국회와 정부가 적극 나서도록 하기 위해 이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셋째, 오늘 시작한 이 시위는 관동대학살을 다시 상기시킴으로 보복심리를 고취히려거나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100여 년 전 이국 땅에서 이름도 없이 억울한 죽임을 당한 이들에 대해서는 일본 국민의 이름으로 사죄해야 한다. 한국민은 늦었지만 그들 고혼들의 정처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필자는 1인 시위에 앞서, 100주년 맞아가는 관동대학살 규명 작업을 통해 용서와 화해의 새 역사를 써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만열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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