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원용의 국내여행 - 수원화성 : 정조대왕의 꿈

화서문 밖에서 본 수원화성은 우아하고 장엄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본 서북공심돈은 매력적이었다. 공심돈은 병사가 안으로 들어가 적을 살필 수 있게 만든 건축물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수원화성에서만 볼 수 있다.

보물 제1701호로 축조 당시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눈부신 태양 아래 건축학적은 물론이고 미적으로 아름다워 한참을 보았다.

서북각루에 올라 땀을 닦았다. 변방이 아니고 수원시 중심에 있었고, 생각보다 훨씬 넓은 수원화성이 놀라웠다. 수원을 느끼고 싶어 화서역에서 걸어왔는데 40분이 넘게 걸렸다.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수원은 다른 도시와 느낌이 달랐다. 오가는 사람과 길을 묻는 여행자에게 친절하게 알려주는 넉넉함이 고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무엇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화성행궁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면 되나요?” 핸드폰을 꺼내어 지금 있는 위치와 화성행궁을 알려주었다.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아닙니다. 알려주시면 제가 찾아가겠습니다.”“지금 점심시간이어서 괜찮습니다.”“쉬셔야 하는데…”“짧은 시간에 볼 수 있는 숲길로 가면 됩니다.”

햇볕이 뜨겁고 더워 이곳에서 곧장 화성행궁으로 가려고 했다. 수원성에 왔으니 제일 높은 서장대에 가야 한다며 앞장섰다. 덕분에 수원화성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최고의 명소를 볼 수 있었다.

혼자였다면 이곳에 오지 않아 못 봤을 것이다. 그래서 여행지에서는 현지인의 안내를 받으면 여러모로 유익하다. 서장대(화성장대)에 오지 않았다면 후회할 뻔했다.

이곳에서 군사훈련을 하였다고 한다. 화성행궁이 내려다보이며 수원이 사방으로 보였다. 성곽이 만리장성처럼 굽이쳤다. 수원제일교회가 바로 옆에 있었다. 교회가 설립될 당시에는 빈민가였다고 한다.

정도대왕이 수원으로 천도하려고 한 계획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수원으로 옮겼다면 우리나라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다. 선견지명으로 개혁을 시도했지만 짧은 생애로 못다 한 꿈이 아쉬웠다.

수원화성은 조선 시대의 개혁 군주 정조대왕의 꿈이 담긴 성곽으로 우리나라 성곽 건축 사상 독보적인 면모를 자랑한다.

토목건축의 백미를 보여준 정약용의 빼어난 과학성을 보았다. 축조 상황을 기록한 세계기록유산 <화성성역의궤>에 따라 1975년부터 보수 복원하였다. 1997년에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효성이 지극했고 이루지 못한 개혁의 상징인 정조대왕을 생각하며 걸었다. 꼬장꼬장하게 생겼으며 장수한 영조, 뒤주에 갇혀 짧은 생을 마감한 비운의 사도세자 그리고 한 많은 삶을 살았을 혜경궁 홍씨를 떠올렸다.

수원화성은 길이 약 5.7Km로 성곽을 따라 둘레길이 조성되었다. 아침 저녁 야간에 걷기 좋게 잘 만들었다. 나무가 많아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든지 이곳에 와서 걷고 쉬기에 좋을 듯하다. 다시 와서 수원화성 둘레길을 걷고 싶다.

함께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원 인구가 생각보다 많은 130만 명으로 수도권에서는 제일 큰 도시다. 내년에 도청이 신도시로 이전을 한다고 한다. 수원화성 주변으로 공공기관, 관공서, 회사가 많아 점심시간에 많은 직장인이 이곳에 온다고 한다.

수원의 또 다른 자랑은 세계적으로 화장실 문화의 메카라고 말했다. 처음 듣는 말이어서 흥미로웠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공중화장실은 세계에서 으뜸으로 시설이 좋고 청결하다.

1980년대 공중화장실은 내 기억으로도 그러하지 못했다. 현재 변화도니 화장실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심재덕 시장의 주도로 화장실 정화작업을 최초로 시행하여 화장실 문화의 꽃을 피웠다.

“화장실은 삶이다. 품격있는 화장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심재덕 시장의 집은 세계 각국의 변기가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차로 15분 거리에 있다고 하니 다음에 가봐야겠다. 화장실은 오래되어 조금 낡았지만 정갈했고 볼일을 보고 나니 바로 청소하는 것을 경험했다.

정조대왕 동상 입구에서 감사의 인사와 여행 잘 하시라는 인사를 서로 나누었다. 도청에 근무하는 그분은 점심시간이 지나서 바삐 발걸음을 재촉했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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