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시평] 더불어민주당 왜 이러나!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더불어민주당이 이상하다. 아무리 대선을 앞두고 있다지만 최근의 상황은 우리를 혼돈스럽게 만든다. 여기서 '우리'란 민주당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하나만 짚겠다. 대선 후보를 검증하기 위해 국민면접관 세 명을 선임했다. 실무를 당내 대선기획단에서 맡았던 것 같다.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당외의 인물을 섭외했다고 한다.

기획은 좋았다. 민주당은 늘 '그들만의 축제'에 익숙해져 있었다. 당 밖 일반 국민은 민주당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또 대선 후보 중 누구를 선호할까? 고민의 일단으로 보인다.

모든 종류의 선거는 결국 표 싸움이다. 누가 표를 더 많이 얻느냐의 싸움이다. 각 당의 고정적 지지표는 어느 정도 결정되어 있다. 관건은 중간지대의 표를 누가 더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런 고민 끝에 나온 이벤트성 행사가 국민면접관이었을 것이다.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시의적절한 행사라고 생각했다. 민주당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신선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국민면접관으로 나오는 패널들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김경율이란 이름을 보고서다. 진보적 시민단체로 알려진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다가 우파 진영으로 돌아선 이 아닌가!

지난 해 우리는 조국을 통해서 심한 내홍을 겪었다. 조국이 매개고리가 되었지만 개혁에 대한 찬성과 반대에서 온 갈등이라고 봐도 좋다. 김경율이 그 때 한 역할을 생각해 보았는가.

조국을 비난했지만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진영에 가담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회계사인 김경율은 정경심 교수의 사모펀드를 권력형 비리로 단정을 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났다.

조국백서란 책을 촛불시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출판했다. 원 제목은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이다. 검찰개혁의 저항 세력에 대항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촛불집회 보고서 성격이다.

조국백서 출판 뒤 이것에 대한 대항 서적 성격의 책이 나왔다. 책 제목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이다. 속칭 조국흑서로 불린다. 다섯 명이 대화식으로 나눈 대담집이다.

다섯 사람 중 하나가 김경율이다. 그는 회계사라는 전문 영역을 살려 조국의 경제적 측면을 집요하게 파헤치고 있다. 부정의 시각에 맞춰... 그러나 추측에 근거해 결론을 도출하는 식이다.

그는 짧지 않은 세월을 참여연대에서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뿐 아니라 사회개혁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체감하고 있을 텐데, 개혁 저항 세력에 가담해 정권에 독설을 퍼붓고 있다.

지난 7월 1일(목)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 및 프레스데이에서 대선 경선 후보들이 행사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미애, 이광재,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양승조, 최문순 후보(사진=연합뉴스)

조국이 완전 무흠하다는 게 아니다. 그도 윤리도덕적으로 빈틈이 보인다. 그러나 그 빈틈을 고리로 조국을 사지로 몰아넣고, 가족까지 풍비박산 나게 하고, 급기야 개혁에 재 뿌릴 일은 아니지 않나.

사람이 살다보면 진영을 넘나들 수 있다. 진보가 보수 되기도 하고 그 역도 가끔 일어난다. 이것을 꼭 '변절'이란 말을 쓰고 싶진 않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그렇게 살아온 삶에 대한 성찰 말이다. 내가 진보의 세계관으로 살아왔는데 지금은 아니다. 아닌 이유 정도는 해명해야 한다. 진영을 바꾸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들은 바 없다.

배운 사람들 소위 지식인들이 말을 갈아탈 때 일반적으로 보이는 특징이 있다. 진영을 바꾸면서도 자신을 위한 합리화를 신물 날 정도로 한다.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겠지만 침묵을 지키는 것보다 못하다.

김경율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조국흑서(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끌어들였지만 대담에 참석한 다섯 명의 공통점은 진보(또는 개혁)에서 보수로 가치관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쓰면서도 그들이 과연 올바른 진보론자였는지는 모르겠다. 민주당이 시도한 국민면접관은 이성에 기초해 있는 사람, 거기에 객관적 균형추를 갖고있는 사람, 적어도 민주당이 잘 될 것을 바라고 쓴소리를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사람을 국민면접관으로 선임한다? 대선이란 정상을 정복하기 위해선 전략 전술을 치밀하게 짜야 한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두루뭉술 임했다간 패하기 십상이다.

김경율을 섭외한 강훈식 대선기획단장은 그런 사람인 줄 미처 살피치 못했다고 사과했다. 기초적인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선기획단장이라니! 일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명심할 것!

내년 대선이 여야 똑같이 그 어느 선거보다 중요하다. 그만큼 승패의 예측도 현재로선 어렵다. 누가 잘 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덜 실수하느냐로 판가름 날 수 있는 경기이다. 차분하게 지혜를 구할 때이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