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살구가 잘 익었습니다. 

     분이네 살구나무             

              時調 / 정완영(1919∼2016)

동네서
젤 작은 집
분이네 오막살이

동네서
젤 큰 나무
분이네 살구나무

밤사이
활짝 펴올라
대궐보다 덩그렇다.
***  ***  ***  ***  ***  ***  ***  ***
그저께 아내와 운동을 하려고 성주댐에 갔더니 산길 초입에 살구나무가 한그루 있더군요. 주인이 없는 나무인지 과실이 충실하지를 못했습니다. 염치불구하고 한알을 따서 입으로 깨물었더니 어린 시절에 먹었던 살구맛이 살아나네요.

자두맛과 다르고 복숭아맛도 아니지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맛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분이네 살구나무"는 정완영 시조시인의 대표작입니다. 김천이 낳은 보물같은 시조시인이지요.

어찌나 고향을 사랑하셨던지 김천을 상징하는 샘 천(泉)을 파자해서 
백수(白水)로 호를 삼았다고 합니다. 
또 백수선생의 ‘조국’이라는 시조가 국어 교과서에 실리는 바람에 우리나라 많은 사람들이 기억을 하는 시인이 되었습니다. 고맙게도 김천에는 백수 시인을 기리는 멋진 문학관도 있답니다.

몇십년전만 해도 시골에는 살구나무가 제법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살구가 점점 사라지데요. 
'시조'라는 문학의 한 장르가 난해한 현대시에 밀려 서서히 쇠퇴하듯이 말입니다. 지금 김천에서는 자두 복숭아 포도에 밀려서 만나기가 더 어렵습니다.

 이제는 시인도 돌아가셨으니, 분이네 살구나무도 사라졌을지 모르겠습니다. 

시인의 말씀처럼 동네에서 제일 작은 오막살이라 했으니 분이네 집은 살림살이까지 보잘 것 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시인은 가장 큰 자산인 살구나무를 오막살이에서 찾아냈습니다. 
저도 새콤달콤한 살구 한 알을 맛보며 옛 추억같은 오막살이를 생각했습니다.

지나간 것들은 모두가 아름답다고 했던가요? 백수 정완영시인이 노래했던 제일 큰 살구나무가 버티고 서 있는 분이네 오막살이집을 만나고 싶습니다.

문홍연  gcilbonews@daum.net

문홍연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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