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벌금 대납해준 국회의원

답답한 세상살이에 훈훈한 소식 하나 전해드리겠습니다. 이미 접하신 독자들도 계실 텐데요, ‘폐지 줍다 외제차 긁은 60대 벌금형'이라는 제목으로 보도가 된 바 있으니까요. 우리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요.

60대 지적 장애인 A씨는 모은 종이 상자를 팔아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리어카 하나에 실은 상자는 3천원, 산더미처럼 가득 실었을 땐 5천원 정도를 받는다고 합니다. 아주 어려운 삶을 이어가는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겠지요.

독자 여러분들도 본신 적이 거예요. 연로하신 노인분들이 종이 상자를 가득 싣고 힘겹게 가는 모습 말입니다. 저희 아이들이 어릴 때 이런 리어카가 오르막을 올라갈 때 뒤에서 밀어드리고 왔다는 말을 가끔 들었지요.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날 A씨가 상자 실은 리어카를 끌고 가다가 외제차를 살짝 긁게 되었습니다. 이 외제차는 독일제 아우디라고 하네요. A씨는 그 차가 외제인지도 모르고 용서해 달라고 빌었답니다. 큰 흠이 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차주는 A씨의 용서를 받아들이지 않고 경찰에 연락을 했고 재물 손괴죄로 고소를 했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경찰이 아우디 차주에게 웬만하면 용서해 주는 게 어떻겠느냐고 종용했지만 차주는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하네요.

이런 경우 경찰로서는 처벌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하는군요. 아우디 수리 비용 견적은 1백만 원이 나왔고, A씨에게 떨어진 벌금이 30만 원이었습니다. 종이 상자를 팔아 생활하는 A씨에게 벌금 30만원은 큰 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때 한 사람이 그 벌금을 대신 내 주어서 지적장애인 A씨의 짐을 덜어주었습니다. 그 사람은 현역 국회의원인데요, 여기서 이름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본인도 이런 내용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으니까요.

그 국회의원은 벌금을 대납해주었을 뿐 아니라 필요한 생필품까지 사서 보냈다고 하더군요. 따스한 마음의 소유자입니다. 본인은 기사화되는 것을 원치 않지만 이것만은 부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서울에 지역구를 가진 국회의원이고, 지방의 한 도시에서 발생한 일에 이런 선행을 베푼 것입니다. 지역구에서 일어난 일도 아닌데 벌금을 대납하셨나라는 물음에 지역구 일이면 돕고 싶어도 선거법에 걸려 도울 수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국회의원은 평소에도 장애인 문제에 적극적이라고 하는데요, 지적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두고 있는 것이 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출직은 모든 걸 표와 연결지어 사고하게 되는데, 이 의원은 그것을 초월해 있는 것 같아 마음을 더 훈훈하게 합니다.

취재부 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