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합니다.

‘오늘, 미스바’에서....

과연 무인점포는 무엇으로 도둑을 지킬까요? 제 친구는 자신 있게 말합니다. CCTV가 아니라, 인간이 지닌 본연의 양심이라고....

이곳은 대광동에 있는 모 교회입니다

근처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계획에도 없는 무인점포 ‘오늘, 미스바*’에 들렀습니다. 이름도 독특한 '오늘, 미스바'랍니다. 이렇게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미스바가 무슨 뜻인지 물어보기나 했을 텐데.... 조금 아쉬움도 드네요. 어쩌겠습니까 네이버에서 제 나름대로 검색을 해봤습니다.

이렇게 나오네요. ‘미스바(미츠파)’ - '지켜보다'란 뜻을 가진 동사 '차파'에서 유래한 말로 '파수대'(Watchtower)를 의미한다. 이 이름은 서로 헤어진 후에 피차간에 약조를 지키나 안 지키나 하나님께서 지켜보아 주시기를 기원한다는 뜻에서 라반이 히브리어로 명명한 '갈르엣'의 또 다른 명칭이다.

주)분명히 더 깊은 뜻이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제가 교인이 아니라서 더 이상은 해석이 불가능하니 널리 이해를 바랍니다.

작은 교회인지라 등록된 교인이라고 해봐야 고작 200여 명 남짓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그 어떤 큰 교회보다 넓고 깊다고 합니다. 이렇게 ‘오늘, 미스바’를 운영하는 그 마음이 아닐까요?

4명이서 단돈 만 원으로 커피랑 아이스크림을 실컷 먹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갑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에 달이 가는지 달을 따라서 구름이 가는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잘도 갑니다. 저렇게 달무리가 지는 걸 보면 암만케도 내일은 비가 올 것만 같습니다. 괜히 기분까지

넉넉하지 않은 교인들의 베푸는 삶도 아름답지만, 지켜보는 이가 없어도 별 문제 없이 잘 돌아가는 ‘오늘, 미스바’도 아름답습니다.

끝으로 무인점포를 이용하는 모든 분께 김남조 시인의 시 한 수를 전합니다.

            설일(雪日)
                            詩 / 김남조
 
 겨울나무와
바람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祝宴)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주)설일(雪日)은 눈오는 날의 뜻도 있지만 새해 첫날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문홍연  gcilbonews@daum.net

문홍연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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