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날을 모른다 말하리

                         詩 / 고정희

넋이여,
망월동에 잠든 넋이여
하늘이 푸르러 눈물이 나네
산꽃 들꽃 피어나니 눈물이 나네

누가 그날을 잊었다 말하리
누가 그날을 모른다 말하리
가슴과 가슴에서 되살아나는 넋
칼바람 세월 속에 우뚝 솟은 너

진달래 온 산에 붉게 물들어
그날의 피눈물 산천에 물들어
꽃울음 가슴에 문지르는 어머니
그대 이름 호명하며 눈물이 나네

목숨 바친 역사 뒤에 자유는 남는 것
시대는 사라져도 민주꽃 만발하리
너 떠난 길 위에 통일의 바람 부니
겨레해방 봄소식 눈물이 나네

* 시가 사람에게 힘을 줄 수 있다면, 슬픔과 반성의 마음을 준다면 거기에 더해 바로 서려는 다짐의 기회까지 된다면 제 역할을 다 하는 게 아닐까. 5.18 광주민주화운동 41주년의 날에 고정희 시인의 '누가 그날을 모른다 말하리'란 시가 떠올랐다. 분노에 가득 찬 울분의 시가 아니어서 좋다. 그런 마음을 서정의 단어로 눌러주는 것이 이 시의 매력이고 고품격이다. 그런 중에 생각을 울렁이게 만든다. 그날을 모른다고 아무도 말하지 못하리라. 다만 시각의 차이가 존재할 뿐... 고 시인은 그것을 객관적이고도 냉철하게 드러내고 있다. 5.18 추모일에 그의 시가 떠오른 이유이다(耳穆).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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