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 어모면 중왕3리 문화마을. 마을회관은 꽤 큰 규모를 갖추고 있었다. 시내 소재 도서관까지는 아무래도 거리가 있어서 마을회관 내에 작은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었다. ‘꿈엔들 작은도서관’ 정지용의 시 ‘향수’가 떠올랐다. 2층엔 주민들의 체력 보강을 위해 탁구장도 있고...

어모면엔 상징하는 기(旗)가 있다. 나라에 국기가 있고, 자치단체인 시군구에 나름대로 그들 기가 있듯이 면에는 면기(面旗)가 있다. 그러나 같은 행정 단위인 전국 수천 개의 읍면동에서 고유의 자기 기를 갖고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어모면 기 설명 부분을 자세히 읽어 보았다. 희망이 담겨 있다. 상징의 고안은 동아일보 박희석 차장, 색상의 표현은 예당미술학원 김현숙 원장이 수고했다.

중왕3리 마을 회관. 주로 경로당으로 사용되는 듯했다. 조국 건설의 역군들이 세월의 흐름과 함께 육체와 정신이 연로해져 이곳 마을회관에 시간을 의탁하며 지난날을 회고하고 있다. 이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오늘의 풍요가 가능이나 했을까? 생각할수록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퀴즈 하나 낼게요. 이 사진을 찍은 이유를 아시는 분은 손 들어 주세요. 어모 거리를 소요(逍遙)하는데 참새 한 마리가 유난히 큰 소리로 지저귀며 놀고 있었다. 많고 많은 땅 중에 왜 하필 아스팔트 도로 위일까. 먹이가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하지만 참새가 이곳에서 노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임을 만나기로 했다는 등의...

어모문화마을 입구에 있는 마트. 코로나19로 인한 불경기에 예외 지역은 한 군데도 없다. 궁여지책이라고 할까. 상품마다 할인 표시의 종이를 붙여놓았다. 축 늘어진 물건들이 안쓰럽게 보인다. 집집마다 차가 없는 집이 없는 만큼 작은 것 하나를 사기 위해 시내 대형마트로 차를 뽀로로 몰고 간다. 웬만한 것은 동네 가게를 이용해 주면 좋으련만...

어모문화마을 사업개요와 주요시설현황을 알려주고 있는 표지판.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 조성한 사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문화' 하면 높은 가치의 정신이 연상된다. 거기에 걸맞는 의식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어모'와 ‘아천'이 같은 뜻을 가진 말이라곤 하지만 문화마을의 명칭을 통일시킬 필요가 있다. 어모문화마을이든지 아니면 아천문화마을이든지 둘 중 하나로.

어모면사무소. 어모면의 모든 사업은 이곳을 통해 이루어진다.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두뇌가 그래서 소중하다. 그들의 대민 봉사 높낮이가 면의 활력소가 되기도 하고 침체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깨끗한 면사무소의 이미지가 기자의 마음을 포근하게 했다.

환경문제는 지금 세계적인 관심 사항이다. 자동차 연료에서 나오는 가스가 대기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문제의 타개책으로 전기차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전체 차량에서 차지하는 전기차의 비중이 아직은 미미해서 충전소 확보가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이런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면사무소 마당 한쪽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마련해 놓고 있다.

어모면사무소 앞 버스 정류소. 차량 보급이 한 가정 당 한 대에 근접해 있는 가운데 버스 업계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천시에서 보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업계로선 만족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정류장엔 버스 노선과 도착 시간 등이 표시되어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승객들이 주인인 편리한 세상이다.

현수막 거치대가 빼곡히 차 있다. '가구 반값' 광고 현수막, ‘아파트 분양’ 알림 현수막이 사기업 광고 현수막이라면, ‘공시지가 이의신청 접수’ 현수막은 공익적 성격의 김천시 현수막이다. 경북선 운행 잠정 정지 현수막에선 줄어드는 농촌인구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농촌의 분위기가 그대로 전달되는 노변 가게이다. 손찐방, 커피, 옥수수 등 붙어 있는 메뉴만 해도 여덟 가지나 된다. 가히 박물 먹거리 가게로 불릴 만하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막걸리. 기자가 취재하는 잠깐 동안에도 바깥 화장실로 소변을 보러 사람들이 들락거린다. 이곳에서 고통스런 삶을 얘기하며 회포를 푸는 장소가 되기를….

도농(都農)의 조화. 어모파출소 뒤로 보이는 고층 아파트는 도농을 이어주는 교량으로 생각되지만 다른 한편 농촌을 점령하려고 하는 진주병의 모습으로 비쳐 마음을 위축시켰다. 도시는 도시 나름의 주택 문화가 있고 농촌은 또 그들대로의 주거 환경이 있는 것인데...

순대국으로 유명한 어모면 유정식당. 영업시간 내내 손님으로 북적이는 이 식당에도 코로나19가 피해 가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끝났다곤 하지만 오후 4시면 드문드문 손님이 있을 법한데 적막감이 흐를 정도로 조용했다. 코로나가 풀려 이전의 호황을 누릴 날이 빨리 오기를...

숲속에 보이는 뾰족한 종탑 두 개. 아천제일교회다. 어모의 신식 문화는 이 교회를 통해 많이 전해졌을 것이다. 이전엔 교회가 지역 문화의 센터였다. 농촌 인구의 대량 유출이 교회에 영향을 미쳐서 전국의 농어촌교회들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빨리 농어촌교회 존립을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할 텐데...

건강원도 보이고 샷시 가게도 보이고... 무엇보다 약방의 모습이 반갑기만 하다.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엔 이 약방이 사람의 병을 고치는 데 긴하게 쓰였으리라. ‘약, 보신약업사'란 간판으로 보아 스스로 약을 조제해서 아픈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일을 하지 않았나 싶다. 급변하는 세태 앞에 이 약방도 많이 쇠잔해 보인다.

도농을 아우르는 마을.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24시 편의점이다. 필요할 땐 언제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 농촌마을의 24시 편의점도 물건의 회전률이 높아 모두 신선하다고... 현금 자동지급기까지 설치되어 있어서 금융기관 역할까지 하고 있다며 주인장의 자부심이 만만치 않다.

김천어모우체국.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담긴 많은 소식이 이곳을 통로로 오고 간다. 면 단위까지 점포망을 갖고 있는 우체국은 또한 가장 편리한 금융기관이 되고 있다. SNS의 발달로 서신 왕래의 몫은 많이 상실했지만 택배 등의 일로 보충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중왕1리 마을회관 연로한 어르신들의 사랑방인 마을회관의 상징적 모습은 긴 경사로라고 할 수 있다. 자녀 양육 등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정녕 자신들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나이 들고 보니 성인병을 비롯 관절, 골다공증, 척추 이상 등 몸이 고통을 겪고 있다. 여섯 개의 계단도 오르기 힘들어 회관을 빙 도는 경사로를 이용해야 하는 것이 이분들의 현실이다.

면 소재지 곳곳을 공원으로 만든 지혜가 돋보인다. 잔디를 심고 의자를 설치하고, 거기에다 사각 지붕의 정자까지... 이 정자에 이름이 없네. 뭐라고 붙여줄까. 어모정(禦侮亭) 아니면 아천정(牙川亭)...? 아무렴 어떠랴, 상상 속의 이름에 머물 텐데...

우리나라는 예부터 돌멘(Dolmen)이 발달해서 한반도 어디를 가든 고인돌 유적을 만날 수 있다. 고인돌은 옛날 무덤의 일종이다. 지석묘(支石墓)라고 한다. 그것을 본뜬 것인가? 그러나 용도는 전혀 딴판이다. 돌로 만든 좌석과 테이블. 여기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밭. 매난국죽(梅蘭菊竹) 사군자의 하나인 대나무는 지조와 절개를 상징한다. 어모는 이런 사람들이 사는 곳이며 이런 인물을 배출하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사철 푸르른 대나무처럼 밝고 희망찬 미래를 엮어가기를 기대하며 발길을 돌리는 기자의 마음... 뿌듯했다(글/이명재 발행인, 사진/김은미 기자).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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