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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만복 칼럼] 난립하는 자산기반복지 공약, 약인가 독인가?한영섭(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
편집부 | 승인 2021.04.06 22:59

4.7 재보궐선거 운동이 한창이다. 각 후보별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고 유권자를 설득 중인데 그중 자산형성, 대출지원 등 정책이 올해 유난히 많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출발자산'이라는 이름으로 5000만 원 무이자대출을 공약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도 청년층에게 기존 희망두배청년통장(구 희망플러스통장)을 확대하여 지원하기로 했다. 더 나아가 2030세대 자산형성을 돕는 일환으로 자산 불림 컨설팅 '서울 영테크'를 제안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청년과 신혼부부 최대 2억 주택자금(보증금, 전세, 구입자금) 무이자 융자를 공약했고,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는 저소득 신중년 퇴직자를 위한 노후 희망 기반 마련으로 매칭형(자산형성) 희망통장을 공약했다.

또한 기본소득과 함께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출생한 아이에게 2000만 원 지급하는 기초자산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정의당에서는 만 20세 청년에게 3000만 원을 지급하자는 사회상속제를 지난 대선, 총선에서부터 주장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도 청년·신혼 주택 50년 모기지대출지원을 약속했다. 대출지원, 자산형성, 기초자산 등 이른바 '자산기반복지'의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무엇이고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자산기반복지의 출현

자산기반복지(asset-based welfare)는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한 단어이다. 아직 한국 사회에서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지만, 대체로 개인과 가계에 금융자산과 실물자산을 통해 부족한 소득, 복지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정책으로 기존 복지제도의 대안재 또는 보완재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자산기반 복지 등장과 확대의 배경은 무엇일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한국형 복지모형 구축보고서'에 따르면 첫째, 복지국가의 재정위기와 기존 복지국가의 한계에 대한 인식, 둘째, 노인인구 규모와 비중 증가로 인한 연금과 노인의료비 등 복지지출 부담 증가, 셋째, 경기침체,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한 복지국가 재정위기 속에서 집권한 신자유주의·신보수주의정당의과 복지개혁 시도, 넷째, 자산 불평등 증가에 대한 반동으로 자산 재분배의 필요성 제기 등이 자산기반복지 등장의 배경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대표적인 자산기반복지 정책은 자산형성 사업으로 대상자가 일정 금액의 저축을 하면, 정부나 지자체가 1배 또는 2배 가까이 저축금을 추가로 매칭하여 2년 내지 3년 이후 교육자금, 주거자금, 결혼자금, 창업자금 등 목돈을 마련하는 정책이다. 한국에서는 중앙 정부의 디딤씨앗통장, 청년내일채움공제, 희망내일키움통장 등이 존재하고, 서울시 꿈나래 통장, 희망두배 청년통장, 경기도 청년노동자통장(구 일하는 청년통장), 광주광역시 청년13(일+삶)통장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내 집 마련을 촉진하기 위한 장기주택마련저축과 주택구입 및 전세자금 대출과 같은 주택 관련 정책도 자산기반복지 정책에 포함 된다. 주택연금, 농지연금 등도 역모기지 형태로 큰 틀에서 포괄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는 미국의 개인발달계좌(Individual Development Acccunt, IDA), 영국의 아동신용기금(Child Trust Fund, CTF)과 저축마중물제도(Saving Gateway scheme), 스웨덴의 자발적 교육저축계좌(voluntary educational savings accounts)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시행되지 않았지만 아크만과 알스토트(1999)는 모든 미국 시민에게 그들이 21세에 도달할 때 8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할 것을 제안했고,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5세가 되는 모든 청년에게 12만 유로(1억5800여만 원)를 배당하자고 제안했다.

자산기반복지의 장단점

기존 전통적인 복지국가의 정책은 소득을 보전하는 소득기반복지로 볼 수 있다. 소득빈곤을 예방하고 소득불평등을 완화하는 전략으로 제도가 설계되었는데, 이에 반해 자산기반복지는 자산불평등을 완화하고 예방하기 위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효과는 아직 논쟁 중에 있다.

자산기반복지 중 대표적인 정책인 자산형성 사업과 관련해서는 주로 미국과 영국 등 자유주의 국가에서 적극 실험되고 제도화되어 있는데 저소득계층에게 저축 습관을 형성하게 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태도를 학습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빈곤을 '개인의 탓'으로 보고, 개인이 열심히 노력하여 빈곤을 극복해야 한다는 자유주의 철학에 기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자칫 빈곤을 사회적 위험으로 보지 못하고, 빈곤의 사회구조적 원인을 인식하기 어렵게 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소득을 통한 저축 여력이 있어야 저축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빈곤 가정의 소득 기반이 흔들릴 경우 지속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자산형성 프로그램이 가지는 긍정적인 요소가 없지는 않다. 자산형성 프로그램으로 인하여 저축 습관이 개선되고, 저축 만기를 통해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다. 실제적인 목돈이 마련된다는 측면에서는 자산형성을 긍정하기도 한다. 실제로 필자가 최근 취약계층 청년들과 10주간 매주 1만 원씩, 1만 원 매칭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한 결과 10주 이후 참여자들의 재무적 습관 개선 및 삶의 긍정성 등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주택 안정과 관련하여 주택자금을 대여하는 것은 주택 구입(자산취득)을 촉진하고 주거 안정을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소득 기반이 취약한 계층의 경우 가계대출이 늘어남에 따라 금융비용 증가가 수반되어, 주택자금 대여를 선택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고등교육에서 교육자본형성 정책으로 운영되어 온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역시 자산기반복지의 한 유형이었다.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은 고등교육 진학률이 약 70%에 육박하는 성과를 뒷받침 하고 있어 교육기회의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반대로 쌓여 있는 학자금 부채가 저소득 가정의 학생들에게 큰 부담이로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자산기반복지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자산기반복지, 자산불평등 해소 도모하되 복지의 금융화는 경계해야

필자는 2013년 서울시 희망두배 청년통장을 최초로 제안했었다. 하지만, 근 8년이 지난 지금 자산형성 사업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특히 소득이 있어야 신청할 수 있는 사업으로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과 같은 소득관계가 불명확한 노동 현실을 감안한다면 사각지대 없이 자산불평등을 완화시킬 수 없다는 잠정적 결론에 도달했다.

그만큼 복잡하고 논란이 수반되는 제도가 자산기반복지이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도 자산기본복지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자산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로 자산기반복지에 대한 검토는 필요하다. 특히 자산의 격차가 사회 출발에 있어서 매우 큰 불평등을 만들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앞서 거론한 사회상속제, 기초자산제 등의 적극 검토는 필요하다.

그럼에도 자산기본복지가 지닌 양면성도 주의해야 한다. 김도균의 <한국 복지자본주의의 역사 - 자산기반복지의 형성과 변화>(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펴냄)에서 제기된 것처럼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기존의 복지정책이 포괄하지 못하는 영역이 점차 금융적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복지 지출이 OECD 평균도 못 미치는 한국에서 기존의 복지 정책의 확대 없이 자산기반복지가 확장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결국 자산기반복지도 전체 복지 체계의 구조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앞으로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한국 사회 복지 체계를 어떻게 바꾸어 나야할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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