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백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뜩이나 빠듯했던 백신 수급에 벌써 차질이 생겨 걱정스럽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9일 "당초 31일 운송 개시 예정이었던 코백스(백신 국제 공동구매 프로젝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69만회분은 4월 셋째 주쯤 43만2천회분이 1차 도입될 계획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당초 계획에 비해 시기도 늦어지고 물량도 축소된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변경된 도입 물량과 일정도 지켜질 수 있을지 확실하지는 않다. 문제는 앞으로도 백신 공급 전망이 불투명하고 최악의 상황에는 백신 접종 계획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도입된 백신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했던 AZ 제품 이외에 2분기부터 얀센(600만명분), 노바백스(2천만명분), 모더나(2천만명분) 백신을 순차적으로 들여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 청장은 얀센, 노바백스, 모더나 등의 백신과 관련해 "공급 일정 등을 확정 짓지는 못했다"면서 "굉장히 다급하게 공급 일정이 그때그때 변경되기에 계속 협상해서 확보 노력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2분기 접종 대상은 1천150만명에 이르지만, 현재까지 도입이 확정된 물량은 418만회분뿐이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백신 수급 차질은 주요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다시 급증함에 따라 백신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감소 추세였던 신규 확진자 수가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4차 대유행' 우려가 대두된다. 일본에서도 긴급사태 해제 후 감염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유럽 여러 국가와 브라질, 인도 등에서도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인해 봉쇄령과 같은 비상한 조치마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되자 주요국 정부는 너나 할 것 없이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의 백신 공장'으로 불리는 인도는 최근 AZ 백신 수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유럽연합(EU)도 제약사들이 역내에서 생산한 백신을 역외로 수출할 때 회원국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오는 4월 19일까지 성인 90% 이상에 대해 접종 자격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힌 미국도 백신 확보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태세다. 백신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 부족 문제로 EU와의 공급 계약을 미룬 노바백스의 경우와 같은 제약회사 자체의 생산 차질도 공급 불안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공급 차질은 우리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이런 때를 대비해 좀 더 일찍, 좀 더 적극적으로 백신 확보에 나섰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떨치기는 어렵다. 백신 확보는 그야말로 국민의 사활이 걸린 문제인 만큼 정부가 이제부터라도 여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얀센을 제외한 대부분의 백신은 두 차례 접종해야 하는데 정부는 2차분을 비축하지 않고 모두 1차 접종에 투입하는 식으로 '백신 가뭄'에 대응할 방침이다. 또 잔여 물량을 남기지 않는 신개발 주사기의 장점을 활용해 백신 한 병당 접종 횟수를 1~2회 더 늘리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다급한 처지에서는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책이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될 수 없다.

질병관리청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처뿐만 아니라 외교, 경제 관련 부처를 포함해 모든 정부 기관이 더 많이, 그리고 더 빨리 백신을 확보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하며 필요하다면 민간의 역량을 빌리는 데도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백신 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접종 대상과 일정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관한 대비도 해야 한다.

조금 더 긴 안목에서 본다면 현재 개발 중인 백신 가운데 유망한 제품의 동향을 파악해 선점하는 방안이나 러시아, 중국 등 미국과 유럽 이외에서 만든 백신 도입 가능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백신을 개발해 '자급'하는 것이 최상임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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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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