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 언론사의 일그러진 자화상

언론의 사회적 책임은 말할 수 없이 크다. 함부로 기사를 쓸 수 없는 이유이다. 특히 언론사의 입장이 반영되는 사설이나 만평, 4단 만화 등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지금은 언론의 금도가 많이 깨졌지만 언론이 나름대로 제 역할을 할 때는 사설이 배당되는 간부급 기자들에게 걱정들이 있었다. 미묘한 문제를 다루는 사설이 자신에게 떨어지지 않을까에 대한 부담이었다.

특히 만평은 신문사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1단 만평으로 세태를 풍자하며 촌철살인(寸鐵殺人)의 후련함까지 독자에게 선사하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시대를 읽는 넓은 눈이 필요하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고바우 영감'은 한때 동아일보의 지가를 높여 주었다. 김성환 화백이 그 만화의 작가였다. 얼마나 유명했길래 '고바우 영감'으로 학위논문까지 쓰는 사람이 있었다.

만년에 문화일보로 옮겨 '고바우 영감' 이름 그대로 4단 만화를 연재했지만 동아일보 때의 명성은 누리지 못했다. 박재동 화백은 한겨레신문에 만평을 그리다가 지금은 경기일보에서 필력을 자랑하고 있다.

시사만화 또는 만평가들이 착각해서 안 될 게 있다. 주제가 불의를 비판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와 진리 그리고 평화를 지키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마음 속에 새겨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티케이(TK)의 아성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 매일신문 만평가의 '매일희평'이 여론의 강한 질타를 받고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희롱했다고 해서이다. 지난 18일자 김경수의 매일희평란 만평에서 민주화운동을 폄훼했다.

매일신문 김경수 희평은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사진을 차용해서 보유세 인상을 광주시민 폭행에 비유해 조롱했다(사진=미디어오늘)

건보료와 재산세 그리고 종부세로 명명된 무장 군인들이 9억 초과 1주택자를 몽둥이로 마구 패는 그림을 실었다. 토지공개념을 토지 독재라고 기술했다. 여론이 들끓자 매일신문은 인터넷판에서 문제가 되는 그 만평을 삭제했다.

무책임한 일 처리이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한 짓이다. 당당하고 자신 있다면 삭제하지 말고 신문사의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 잘못이 있었다면 사과를 하고 만평가를 징계하는 것이 옳다. 이것이 언론의 책임 있는 자세이다.

일부 만평가들이 착각하는 게 하나 있다. 무조건 정권을 까는 것이 만평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권을 까는 게 아니라 불의를 비판하고 대통령만 희화할 게 아니라 진리와 평화 그리고 통일을 방해하는 세력을 까는 것이 이치에 맞다.

물론 정권도 불의의 도구로 전락하고 진리ㆍ평화ㆍ남북통일에 훼방꾼 역할을 한다면 가차 없이 비판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 억지로 희평 대상으로 삼는다면 만평가가 도리어 삼류 코메디 작가로 전락할 수 있다.

과거 정통성이 빈약한 군사 독재 정권이나 국민 위에 군림하며 국정을 좌지우지한 정권 때는 신문 만화 또는 만평으로 그들을 즐겨 공격했다.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독자에게 카타르시스가 되었다.

신문은 공익적 성격을 띠고 있다. 거기에 계몽적 요소까지 생각해야 한다. 지역성은 우리 정치의 고질병 중 하나이다. 그것을 깨트리기 위해 언론이 앞장서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보수의 아성이라고 하는 TK에선 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곳에 근거를 두고 있는 일간지 매일신문이 광주 항쟁을 희롱하고 국민이 뽑은 정부를 계엄군 취급한 것은 지켜야 할 선을 넘은 것이다. 천주교대구교구가 매일신문의 소유주이다. 책임 있는 사과와 관련자 징계를 요구한다.

취재부 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