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군사정권의 마지막을 장식한 노태우는 물태우라는 비아냥 소리를 들어야 했다. 군 출신답지 않게 맺고 끊는 게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전임자였던 전두환이 매사에 너무 화끈한 것도 비교 대상에서 한몫 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 문재인 정권을 무르다고 하면 잘못 짚은 말이 될까. 주위 사람들은 문 대통령이 너무 신사적이어서 물러 보일 뿐 내심 무척 견고한 정치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외유내강(外柔內强)이란 사자성어를 들먹이면서 말이다.

다른 것은 모르겠는데,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하는 대통령의 태도는 외유내강이 아니라 무골호인(無骨好人)을 떠오르게 한다. 솔직한 심정이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외청의 한 책임자(長)에 지나지 않는다. 즉 행정부의 구성원이다. 문 대통령은 임명권자로서의 소임을 다 하고 있지 못하다.

윤석열은 공무원조직법상 직속상관이라고 할 수 있는 조국 추미애 두 법무부 장관과 심한 갈등을 일으켰다. 어쨌든 겉으로 드러나기는 두 장관이 중도 사퇴하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 검찰총장이 상관인 법무부 장관을 두 명이나 낙마시킨 셈이다.

조국과의 대립 때부터 윤석열은 자기 정치를 해 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검찰총장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사람이 아닌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된 자이다. 그런 사람이 장관 나아가 대통령까지 무시하며 ‘마이 웨이' 할 때 손을 봤어야 했다는 말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윤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끝까지 끌어안았다.

검찰개혁은 도도하게 흐르는 시대조류이다. 그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다. 공수처가 출범했고, 중수청 법안 발의를 목전에 두고 있다. 검찰의 기소와 수사 분리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그 법이 통과된다면 검찰 권력은 힘이 크게 상실될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검찰개혁의 내용이다.

사진설명윤석열 검찰총장이 3월 3일(목) 오후 대구지방검찰청을 방문한 가운데 윤 총장 지지자들이 대구지검에 몰려와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윤석열의 정치가 다시 시작되었다. 그는 사람들을 끌고 다니며 보란 듯이 시위(?)를 하고 있다. 언론사와 단독 인터뷰를 하면서 문재인정권의 검찰 개혁에 반기를 든다. 윤이 중수청 법과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에 반대하는 것은 사회 정의를 위해서도, 특권을 배격하는 것도 아니다. 검찰의 기득권 유지 때문이다.

검찰총장은 총장으로서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 총장의 정치적 행위는 그 자체가 일탈이다. 3월 3일 윤이 대구를 방문했던 것 같다. 대구 지검과 고검을 방문하는 형식이었는데 지지자들이 대거 몰려 북새통을 이루었다는 소식이다. 정치적 고향 운운하며 지역 차별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대구시장이 검찰청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꽃다발을 전달했다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광역단체장이라는 사람이 이런 처신을 하니까 윤이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언행에 거침이 없는 것이 아닐까. 윤이 믿는 구석은 검찰 패밀리, 극우 정치인, 보수 언론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정치인이 아니면서 정치인 이상의 이목을 받고 있는 윤석열이 할 일은 옷을 벗고 정치를 하는 것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며 검찰 패밀리를 찾아다니면서 수선을 피는 것은 바른 처신이 아니다.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말고 힘 있는 자도 원칙대로 처벌하라고 강조했다는 말에 조직 구성원으로서의 예의는 아예 찾아볼 수 없다. 법을 빙자해 정부를 해하는 짓이다.

글을 마무리하고 있는 사이 윤석열이 사퇴할지 모른다는 뉴스가 떴다. 사표는 지금 그로서 최선의 방법이지 싶다. 먹장구름의 에워쌈이 그를 기다리고 있겠지만 말이다. 인생만사(人生萬事)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했다. 이 모든 것은 자업자득임(自業自得)임을 윤석열이 깨달을 날이 멀지 않으리.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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