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의 노래
               詩 / 정연복

나도 지상에서
꽃같이

한철 머무르다
가고 싶지만

햇살 와 닿으면
스러지는 몸

나의 몸
나의 존재를

고분고분
받아들일밖에

내 생명
가져가는 햇살이

야속하고
참 밉기도 하지만

이 따스한
햇살이 있어서

나 아닌 다른 것들이
겨울을 난다면

원망하는 맘 버리고
기꺼이 죽으리

사진=지홍구

* 이런 마음을 갖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평화로운 세상이 될 것 같다. 눈사람과 햇살은 적대적인 관계이다. 햇살이 비취면 눈사람은 쓰러지고 마침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이럴 때 보통 햇살을 저주하는 말이 나온다. 세상의 이치도 그렇지 않나. 자신과 다른 영역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말은 강도 높은 막말이기 쉽다. 당장 정치권의 여야를 보라. 이 시의 주인공 눈사람에게 배워야 한다. "내 생명 가져가는 햇살이 / 야속하고 참 밉기도 하지만/ 이 따스한 햇살이 있어서 / 나 아닌 것들이 겨울을 난다면 / 원망하는 맘 버리고 기꺼이 죽으리" 살신성인(殺身成仁)이다. 이 시에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 우리 모두가 이런 마음을 갖는다면, 그 마음 중 일부라도 실천한다면 사회가 훨씬 밝아질 것이다. 이것을 시인에게만 맡겨둘 순 없지 않은가(耳穆).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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