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지만 사명대사공원 내에 지옥체험관을 건립하겠다고 김천시가 발표한 적이 있다. 관광객을 모으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나온 안(案) 같다. 그러나 한 마디로 말해서 이것은 하수 중의 하수에 속하는 안이다.

몇 가지 생각을 보태려고 한다. 먼저, 관광은 긍정체험일 때 의미가 있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사람을 모을 수 있는 것도 긍정 기제일 때 효과가 크다. 희망의 주제가 되어야 한다. 

지옥은 부정 기제 중에서도 제일가는 것이다. 도리어 오고 싶은 마음을 가시게 하는 역할을 하기 십상이다. 관광 명소가 많지 않은 우리 김천에 어렵게 조성해 놓은 직지문화공원과 사명대사공원마저 제 기능을 상실할까 염려된다.

김천 사명대사공원 부지 안에 황악지옥테마체험관이 들어 설 예정이다. 그러나 문화 관광의 측면에서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사명대사공원 야경 일부이다.

선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과문의 탓인지 모르나 지옥체험관으로 관광 명소가 된 곳이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이런 주제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면서 관광 욕구를 불러일으킨다면 관광 선진국들 아니, 다른 지자체에서 가만 두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데 없으니 해 보자는 것은 큰 모험이 된다. ‘지옥’글자가 들어가는 관광지로 일본 큐슈(九州)의 벳부(別府)에 지옥 온천(海地獄)이라는 게 있다. 이것도 지옥 체험을 하는 곳이라기보다 땅 속에서 올라오는 수증기가 지옥을 연상케 해 붙은 이름이다

지옥체험관은 어느 정도 종교성을 띤 개념을 상정했을 것이다. 즉 악한 삶을 살면 지옥에 떨어질 텐데,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선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일종의 계몽적 학습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그런데 공원을 종교적 측면만 생각하고 조성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느 곳이든 관광 명소를 찾는 사람들은 일반인이 훨씬 많은 게 상례이다. 따라서 지옥체험관은 최소 투자로 최대 효과를 거둬야 하는 공원 운영 원칙에도 배치된다.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건립한 관광 명소에 사람들이 찾지 않으면 멀지 않아 폐허가 된다. 이런 애물단지들을 드물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사명대사공원 부지 내에 세울 계획인 황악지옥테마체험관에 투입될 예산이 190억이라고 한다. 여기엔 국비와 지방비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나 제안을 해 본다. 이 예산을 김천시립박물관 전시 유물 구입비로 전용할 수는 없을까. 박물관은 외형보다도 내용이 더 중요하다. 알다시피 건립된 지가 얼마 되지 않아 유물 등 전시물이 턱없이 부족하다. 전시된 것조차도 모조품이 많다. 지옥체험관 대신 거기에 쓸 예산으로 박물관 유물을 구입하는 방법을 검토해 볼 만하다.

얼마 전 지옥체험관 건립 문제가 법적 소송으로 비화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지옥체험관 아이디어 제공자가 거기에 합당한 대가를 받고 싶고 명예를 찾고 싶다고 했지만 시에서는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인 모양이다. 이래저래 지옥체험관 건립은 원점 검토를 요구받고 있다.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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