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배 엮음 『4차 산업혁명과 신흥 군사안보』(한울아카데미, 2020년 4월 출판)

4차 산업혁명과 신흥 군사안보 미래전의 진화와 국제정치의 변환

미래의 전쟁 양상은 어떻게 전개될까. 미래전을 둘러싼 국제정치의 역학관계는 어떻게 나타날까. 첨단 미래전에서 준수될 새로운 규범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국방관련 업무를 맡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필자로서는 생소한 국방용어와 첨단무기체계를 접하고 이들을 이해하려고 애쓰면서 줄곧 궁금증을 가져오던 터였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관련 서적을 검색하다가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시켜준 책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초기 정보화가 인간의 정보능력을 확장시켜 네트워크 지휘통제를 가능케 하는 작전개념을 이끌어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데이터 환경에서 인공지능과 로봇을 활용한, 이른바 ‘사이버-키네틱전(cyber-kinetic warfare)’의 출현을 예견케 한다. 이러한 변화는 무기체계와 군사작전의 개념을 크게 바꿀 가능성이 있으며, 육·해·공의 전통 전투공간이 우주 및 사이버 공간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촉발시키고 있다. 게다가 아직은 ‘먼 미래’의 일이겠지만.

4차 산업혁명의 진전은 새로운 군사안보 패러다임의 부상뿐만 아니라 인간이 아닌 로봇들이 벌이는 전쟁의 가능성도 거론되게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변되는 자율무기체계 AWS(Autonomous Weapon Systems)의 발달은 핵심 변수이다." - 본문 중에서 

이 책은 기술발달이 전반적인 변화를 주도한다는 ‘기술결정론’과 군사혁신의 과정에서 기성조직과 제도의 역할을 강조하는 ‘사회구성론’ 간의 오래된 논쟁의 구도를 넘어서 무기체계와 군사작전 및 전쟁양식의 ‘구성적 변환’과 더불어 진화하는 미래전의 양상 및 국제정치의 변환에 주목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는 2019년부터 육군본부의 후원으로 ‘미래전연구센터’를 설립하여 ‘미래전 연구 세미나: 교육-연구 교류 복합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는데, 이 책에 실린 논문들은 동 세미나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전문가 총 12인이 참여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제1부 4차 산업혁명과 무기체계 및 전쟁양식의 변환은 자율무기체계의 발전이 야기하는 미래전의 부상을 무기체계 및 전쟁양식의 변환, 나아가 국제정치의 변화, 새로운 전쟁양식으로서의 사이버전과 사이버심리전의 부상에 대한 네 편의 논문을 담았다.

특히 제2장에서 정찰 자산과 정밀타격 자산, ‘인간에 의한 추가적 개입’이나 ‘의미 있는 인간의 통제 없이’ 군사적 임무를 수행하는 무기체계로서 인간의 조종과 관련해 ‘완전 자율화’ 수준에 도달한 킬러로봇 LAWS(Lethal Autonomous Weapon Systems)이 등장하는 미래전의 양상에 대해 고찰한다.

또한 기존의 육·해·공·사이버상의 전장을 넘어 우주로까지 확장하는 5차원의 미래전을 둘러싼 각국의 각축양상을 다루고 제4장에서는 냉전기 이념대결의 승자였던 민주주의 진영이 정작 현대의 권위주의 정권에서 생산된 사이버 정보전과 심리전으로 대변되는 가짜 뉴스에는 취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제2부 미·중 미래전 경쟁과 국민국가의 변환은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한 미래전의 부상이라는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는 국가행위자들의 대응전략과 그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가행위자의 성격 변화 및 전쟁수행 주체의 변화를 다루었다.  

특히 미래 글로벌 패권을 놓고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 군사혁신경쟁의 양상을 살펴보았으며, 기존의 전쟁수행 주체로서의 국가행위자의 역량과 권위에 도전하는 비국가행위자들의 부상을 살펴보았다. 흥미로운 것은 제6장에서 전통적 군사력 측면에서 미국에 열세인 중국이 5G, AI로봇, 드론, 우주,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핵심기술의 돌파를 통해 전통적 군사력의 열세를 비전통적 군사기술을 강화하는 비대칭 균형의 추구로 상쇄하고 지능화·정보화·자동화·무인화하는 군사지능화 혁신전략을 상세히 다루었다는 점이다. 

제3부 미래전 국제 규범과 세계 질서의 변환에서는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나 시민사회 운동의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는 첨단무기체계와 관련된 국제 규범과 윤리를 다룬 글들을 담았는데 기술발달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국가주권 및 국민 정체성의 변화와 나아가 이른바 포스트휴먼시대를 맞이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 비인간 행위자로서의 기계의 권리(특히 시민권)부여 문제 등을 다루었다.

특히 제10장에서는 인공지능을 살상용 무기에 적용하는 킬러로봇(Killer Robots)이라 불리는 완전자율무기를 규제하는 규범을 정착시키려는 킬러로봇 ‘규범창설자(nom entrepreneurs)’와 반대로 로봇기술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규범반대자(nom antipreneurs)’ 사이의 상충되는 담론 및 이익에 대해 분석한다. 

이 책에서 서술된 여러 담론들은 단순히 저자들의 상상력이 아닌 국내외 관련 다수의 문헌들을 참고하여 논리적 추론을 거쳐 실증적으로 분석된 연구 성과들이기에 더욱 내용이 알차고 돋보인다. 군인·외교관 등 국방·외교·안보 관련 부문 공무원 등 종사자, 관련 학계 교수 및 연구원, 국회관련 상임위 의원님들의 일독을 권한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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