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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칼럼] 바이든의 북핵 문제 해법, 이란 핵협정을 주목하라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정욱식 | 승인 2020.11.21 15:41

"대북 핵 협상에서 최선의 모델은 이란이다."

오바마 행정부 시기에 조 바이든 부통령 안보보좌관과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토니 블링큰이 2018년 6월 11일자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밝힌 입장이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무부 장관이나 백악관 안보보좌관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다.

그가 대북 협상을 두고 '이란 모델'을 언급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는 데에 유용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블링큰뿐만 아니라 바이든 캠프의 공식적인 입장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시 핵비확산 정책과 관련해 미국이 맞닥뜨리게 될 주요 상대국들은 북한과 이란이다. 북한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에 반발하면서 2003년 1월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해 핵무기를 만든 유일한 나라다. 특히 2017년에는 수소폭탄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강행했고 그해 11월에는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이에 반해 이란은 NPT 회원국이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북한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2015년에 체결된 이란 핵협정인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JCPOA)'에서 탈퇴한 이후 이란 핵문제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바이든이 대선 후보 당시 밝힌 두 나라에 대한 정책은 온도 차이가 크다. 앞선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바이든의 대북정책 방향은 '전략적 인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이란에는 적극적인 관여 의사를 피력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핵협정 탈퇴를 "대서양 관계에서는 심각한 위기를 자초하고 중국-이란, 러시아-이란 관계를 밀착시킨 무모한 행동"이라며 "그 결과 이란보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핵협정을 준수한다면, 후속협상의 출발점으로 핵협정에 다시 가입하겠다"고 공약했다.

▲ 이란과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 유럽연합(EU)이 지난 2015년 7월 14일(현지 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 핵협상을 최종 타결했다고 밝혔다. 각국 대표단은 회담 직후 기자 회견을 가졌다. 왼쪽부터 왕이 중국 외교부장,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 캐서린 애쉬턴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필립 하몬드 영국 외무장관, 존 케리 미국 국무 장관. ⓒAP=연합뉴스

바이든의 북한과 이란에 대한 시각 차이에는 미국의 국내 정치 논리도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가장 큰 외교 업적으로 내세웠지만, 바이든은 가장 실패한 외교정책으로 비난해왔다. 반면 오바마-바이든 행정부는 이란 핵협정을 "역사적인 합의"라며 가장 큰 외교 성과로 내세웠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재앙"이라고 부르면서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해버렸다. 트럼프가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한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오바마의 업적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권교체에 성공한 바이든의 외교정책 우선순위는 "역사적 합의", 즉 이란 핵협정을 되살리는 데에 맞춰질 것이다. 

그런데 주목할 점이 있다. 바이든이 2020년 7월 미국 외교협회(CFR)에 보낸 입장문에서 이란 핵협정을 대북 협상의 모범 사례로 제시한 것이다. 그는 "오바마-바이든 행정부가 협상한 역사적인 이란 핵협정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봉쇄했으며 이는 효과적인 (대북) 협상의 청사진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의 협상팀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동맹국들 및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과 함께 비핵화된 북한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지속적이고 조율된 캠페인의 시동을 걸겠다"고 밝혔다. 

이 점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답답해 보이는 바이든의 대북정책에 한줄기 빛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협상이 실패한 결정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는 '과욕'에 있었다.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한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이란 핵협정보다 훨씬 강력하고도 일방적인 요구를 북한에 제시했다. 

북한에게 핵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와 모든 탄도미사일, 그리고 이중용도 프로그램의 폐기를 요구한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되는 비핵화(FFVD)'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북한이 이를 수용할 리는 만무했다. 블링큰도 트럼프식 대북 협상을 "돈키오테식 사업(quixotic enterprise)"이라고 혹평한 바 있다.

이에 반해 바이든은 이란 핵협정에 재가입하고 대북 협상의 모범으로 간주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이란 핵협정의 특징은 세 가지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나는 선택과 집중이다. 이란의 핵무장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데에 초점을 맞추면서 생화학무기나 탄도미사일 등 협상의 초점을 흐릴 수 있는 다른 사안들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또 하나는 이란의 파격적인 양보와 유엔 경제제재의 대폭적인 완화 사이의 맞교환이다. 끝으로 이란 핵협정이 미국과 이란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의 참여 하에 7자 회담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들 세 가지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시 한미간의 대북 정책 공조에 유용한 측면을 제공해줄 수 있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처럼 한반도 비핵화에 이것저것 섞지 말고 핵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블링큰은 "트럼프는 미국 및 동맹국들에게 가장 심각한 위협, 즉 북한의 핵무기와 핵무기 제조 수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선택과 집중을 하자고 요구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이다. 

또한 한국은 '선 비핵화, 후 제재 해결'이 실패한 대북 정책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란 핵협정과 마찬가지로 '동시 행동'을 해법으로 삼아야 한다고 요구해야 한다. 아울러 이란 핵협정은 북미 협상과 더불어 다자 회담도 병행하자고 제안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남북미중 4자회담이나 일본과 러시아를 포함한 6자회담의 부활이 바로 그것이다. 

 

정욱식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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