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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친구여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이명재 | 승인 2020.11.18 19:55

그럴 나이가 된 걸까. 나이 들면 어린 아이와 같이 된다는 말도 있다는데... 육체적 굼뜸도 그렇지만 생각이 날로 유약해지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정이 그리워지고, 관심을 받고 싶고, 누군가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

이순(耳順)이 가까이 되고서부터 고등학교 동기 모임에 몇 번 참석한 적이 있다. 그런 모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외모는 할아버지의 그것이지만 생각은 고등학생 시절, 그러니까 10대 후반을 헤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모두가 그랬다.

작은 연(緣)을 찾아서라도 공감할 수 있는 장(場)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삶들 아니었나. 하루 24시간이 나의 것 같았지만 잠자는 것 빼고는 내 것인 게 없었다. 수면 시간까지도 남을 위한 축적의 시간이었는지 모른다.

반창회 모임이 있다고 연락이 왔다. 종로3가 15번 출구 보쌈집. 10 여 명의 친구가 참석하겠다고 이름을 올렸다. 요 몇 년 사이 전체 동기 모임에서 만난 친구들의 이름이 보인다. 몇 친구는 졸업하고 첫 만남이니 반백년 가까이 되는 것 같다.

11월 19일 오후 6시 30분, 3학년 1반 친구들이 한 음식점에 모여 반창회를 갖고 있다(사진 김태훈)

그런데 묘한 것은 이름을 보는 순간 그 얼굴들이 함께 떠오르는 게 아닌가. 풋풋한 고등학생 때의 얼굴이...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어렵게 올린 한 친구의 사진에도 고교 시절의 앳된 모습이 얼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이런 게 고교 동창인가.

'반창회(班窓會)'라는 말이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사전 등재 여부와 무관하게 주위 많은 이들이 이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말은 습관이라 했으니 사용하면 생명을 얻는 게 아닌가. 졸업할 때 우리 반 친구 숫자는 모두 55명이었다.

반창회 단톡방에 한 친구가 대중가요를 하나 올렸다. 조용필의 '친구여'였다. 가사 말을 음미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다. 그 노랫말 속에 친구들이 다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내 삶 전체가 녹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눈물이 나오려 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아내가 "이런 노래 듣는 것 보니 당신도 나이가 들었나 보네"라고 했다. 한 친구가 내친 김에 졸업 앨범에 있는 반 친구들의 사진과 이름을 통째로 스캔해 올렸다. 고만고만한 얼굴들이 귀여웠다.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한 친구의 선한 얼굴이 유난히 크게 다가온다. 같은 동네에 살던 친구다. 유복한 가정의 외동아들로 나와는 삶의 조건이 다른 친구였다. 어린 나이에도 생각이 올되어 어려운 나에게 덕을 많이 베풀었다. 그가 세상을 뜬 지도 30 여년이 지난 것 같다.

조용필의 '친구여'를 듣고 마음에 동요가 일었다. 전에는 유명 시인의 시나 이름 있는 작가의 소설을 읽고 울림을 느끼곤 했는데, 대중가요에 울컥하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좀 이상하다. 일부러 찾으려 해도 눈에 들어오지 않던 노래까지 바로 잡혔다.

한 밴드를 지나치려는데 김광석의 '60대 노부부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좀 처량한 것 같지만 60대 우리 또래의 사람들에게 공통된 이야기일 것 같다. 자녀들 다 출가시키고 부부가 여생을 즐기려 할 때 영원히 이별을 해야 하는 운명...  슬픈 일이다.

반창회 단톡방에서 친구 찾기 운동이라도 펼칠 양, 다짐들을 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이 효과적이라고 하는 친구, 한 모임 방명록을 뒤져 반 친구들을 찾으려고 애쓰기도 한 친구…. 그야말로 '우정 찾아 삼만리'이다. 

현대를 백세 인생 운운한다. 긴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하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몸조차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많은 친구들이 그랬다. 당장 내 경우만 해도 척추 디스크로 걸음을 제대로 걸을 수 없다. 불편하기 이를 데 없다.

반창회로 모인다는 소식에 마음은 굴뚝같다. 하나 거동에 자신이 없어 걱정이다. 이리저리 궁리해 본다. 묘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제는 몸을 테스트해 보느라 300m 정도를 걸어보았다. 무척 힘들었다. 밤새 끙끙 앓아야 했으니까.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조용필의 '친구여'를 다시 한 번 듣는다. 가끔 대중가요로부터 감동을 받을 때가 있다. 가사는 한 편의 시요, 가수의 음성은 진솔한 배경 음악처럼 들리기까지 한다. 대중의 정서를 잘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이리라. 우정의 소중함은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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