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정 엮음 『한국의 여성정치를 보다』(여성의정, 2018년 5월 출판)

한국의 여성정치를 보다

선거의 계절이다. 제21대 국회를 구성할 의원들을 뽑는 총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어떠한 정책적 지향과 삶의 경험을 가진 분들이 국회 본회의장을 채우게 될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국회는 민주주의의 터전이다. 국민을 대의하면서 국민의 삶의 환경과 조건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때문에 선거를 통해 내 삶이 나아지리라는 기대와 요구는 아무리 실망하거나 힘들어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선거는 여성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아니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2012년 대선 이래로 성별 투표의 경향을 보면, 여성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특히 50대 이하가 그렇다. 여성들은 더 많은 여성들이 자신을 대표하길 원한다. 그 대표들이 여성들의 이슈를 국가의 중요한 의제로 삼아 해결해 주길 바란다. 여성 이슈는 살아있다.

경제 사회 영역에서 성불평등이 크다. 여성들의 평균임금이 남성의 65% 정도에 머물고, 경제활동 참가율도 20%나 적다. 여성들은 일상생활에서 범죄 피해의 우려와 불안감을 호소한다. 여성이 4대 강력범죄 피해자의 90%라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럼에도 이들 의제를 대의할 국회의사당 안의 여성정치인 수는 20대 국회 현재 17%(51명/300명)에 불과하다. 72년 국회 역사를 생각하면 그 수는 너무 적다.  

제헌의회 당시 여성 국회의원 수는 0명이었다. 2000년부터 비례대표 30% 할당제 등 선거 관련 법 개정과 할당제 등 당의 노력을 통해 현재의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었지만 현재 우리나라 여성의 정치참여 수준은 세계 191개국 중 124위로 나라 발전 수준과 어울리지 않는다.(국제의회연맹(IPU), 2020. 1)

믿기지 않으면 홈페이지를 직접 방문해 보라. 여성 정치참여와 국가 리모델링이 연관되어 보이는 나라들도 많다. 국제비교는 우리의 현 위치를 잘 보여준다. 이들 나라들과 비교하면 우리는 명백히 그리고 상대적으로 후진 중이다.  

그럼에도 그나마 몇 개 되지 않는 낮은 수준의 조치들도 일각에서는 남성 정치인에게 공정하지 않은 기준들로 인식되기도 하고, 여성들은 할당제 요구하지 말고 자신의 능력부터 키워서 도전하라는 언급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여기서 우리가 근본적으로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정치참여와 선거는 취업이나 채용절차와 같은 성질의 것인가? 일반적으로 모든 공적인 행위에 공정성이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선거와 정치참여는 그 이상의 문제다.

국회는 국민을 닮아야 한다는 것. 즉 다양한 국민을 실질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구성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그들 각각의 의제가 국회의사당 안에서 살아 숨 쉬어야 한다는 것.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늘어나야 한다는 요구는 바로 이 민주주의 테제(theses)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선거제도와 정치참여는 취직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실질적 대표성을 어떻게 더 증진할 것인가의 대명제를 실현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일반론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정치참여를 위한 할당제와 가산점 제도가 뭔가 여전히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한국의 여성정치를 보다』. 이 책은 (사)한국여성의정이 국회 70주년 기념으로 1948년부터 2017년까지 여성 국회의원 70년 동안의 의정활동을 집대성한 것이다. 제1편 총편에서는 여성의 정치참여와 여성의원 현황, 제2편 의정활동편에서는 여성의원의 입법, 국정감사 등 의정활동, 제3편 입법편에서는 여성 관련법의 제정과 변천, 그리고 마지막 제4편은 자료편으로 여성의원별 이력 및 발의법률안 목록이 실려 있다.  

여성의 이슈에 대한 낮은 공감대 속에서 여성의원들은 더 열심히 움직였다. 1948년 제헌 헌법 이래로 남녀동권 정신의 실현을 위해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고용노동영역에서 성차별 금지, 호주제 폐지와 성평등한 가족제도를 위한 기반 마련,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방지와 피해자 보호, 각종 연금·사회보험·세금제도에서 성평등 추구, 여성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입법 그리고 정책과 예산에 대한 성인지 제도의 도입에 이르기까지 여성의원들이 시민사회와 손을 맞잡고 땀으로 쓴 역사는 세계사적으로도 결코 빈약하지 않다.  

이 4편의 책을 통해 정치, 경제, 가족과 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여성의 삶을 오늘날의 모습으로 이끈 여성의원들의 분투의 결실을 볼 수 있다. 또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새로운 과제도 엿볼 수 있다. 여성정치인들이 무엇을 하고자 했고, 해 왔는지, 그리고 왜 더 많은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지 그 물음에 대한 입법 현장의 답을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다. 여성정치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미래의 여성 정치인들의 출발에 이 책만 한 시작은 없을 것이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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