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모든 게 그렇지만 특히 정치는 균형을 이룰 때 묘미가 있으면서도 든든하다. 여야가 균형을 이루고 중앙과 지역이 그러하며 또 정치 중진과 신진이 조화롭게 활동할 때 기대의 폭이 넓어진다. 요즘 정치인 주호영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다. 5선 의원에 지난 국힘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야당에 부각되는 정치인이 없는 것도 이유의 하나가 될 것이다. 차기 대선이 1년 반밖에 남지 않았는데, 야당에서는 이렇다 할 대선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몇 사람을 잠룡으로 띄우고 있지만 지난날의 잠룡들과 비교해 무게감이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제1야당 국힘당으로서는 정권 탈환이 쉽지 않아 보인다.

주호영에 대한 관심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비호감의 사람을 호감의 사람으로 돌려보려고 노력한다. 제1야당 원내대표까지 올랐으니 여러 가지 정치적 셈법을 하고 있을 것이다.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고 있지만 TK 광역단체장 정도는 당연히 생각하고 있을 것이며 나아가 자신을 잠룡 중 일인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의지에 더해 처신이 아주 중요하다. 언행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그러나 솔직히 이런 면에서 주호영에게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그의 정치적 이력을 되돌아보면 신중한 것에서 아주 거리가 먼, 어떻게 보면 경박스런 처신을 반복해 왔으니까. 본인도 이 점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보수정당이 이합집산할 때 그가 보인 처신은 이 자리에서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다. 지그재그 정치행보는 정치철학의 빈곤 내지  개인 영달에 집중할 때 나올 수 있는 행동이다. 당사자들이야 국민을 위하고 국가를 위해서 한 일이라고 강변할지 모르지만 입에 발린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의 정치력을 다시 엿볼 수 있었던 것은 지난 총선 때였다. 여당의 유력 정치인 김부겸을 누르고 당선되는 호사를 누렸다. 그 선거만 보더라도 솔직히 TK라는 지역주의가 그를 당선시켰지 그의 역량이  출중해서 그런 결과를 가져온 게 아니다. 지난 총선에서 TK엔 100% 미통당이 당선자를 내지 않았는가.

개표를 하면서 밤늦게 상대 김부겸이 패배를 인정하고 주호영의 당선이 확실시될 때 방송국 마이크가 그에게 넘겨졌다. 그때의 일성이 함량 미달이었다. 승리한 사람으로서의 감사 인사가 아닌 투쟁가로서의 불타는 의지를 피력했다. 좌파정권과 맞서 싸우는 데 일신을 바치겠다는 식이다. 정부여당의 실정을 바로잡고 정권교체를 이루는데 노력하겠다 정도로 말해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아 듣는다.

그런데 극우 세력이 즐겨 쓰는 좌파정권 운운 하는 것은 주호영의 정치적 미성숙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었다. 주호영은 얼마 뒤 미통당의 원내대표가 되었다. 아시다시피 원내대표는 여당과의 관계에서 야당 사령탑에 해당하는 중요한 자리이다. 투쟁에 손 놓을 수는 없지만 협치를 생각하고 양보와 타협의 결과를 생각해야 한다.

서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화해의 정치를 할 수도 있다. 반면 강경 일변도의 대여 투쟁으로 정치를 경색시킬 수도 있다. 국민이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이다. 주호영은 사사건건 발목잡기로 일관했다. 정치가 실종되고 피로감만 쌓여 갔다. 소속 국회의원들도 원내대표를 따라 했다.

대표적인 것이 추미애 법무장관을 물고 늘어진 것을 들 수 있다. 눈에 들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상대방 눈의 티를 가지고 올인하는 형국이었다. 추 장관 아들 병가 문제를 침소봉대하여 물고 늘어지고 조중동 등 극우언론이 받아쓰기를 반복했다. 결국 무혐의로 결론 났지만 그것으로 소모한 국정동력이 그 얼마인가. 반성할 일이다.

정치인이라면 개인의 영달도 중요하지만 소속 정당의 입장을 늘 고려해야 한다. 정당의 존재의의는 권력 쟁취에 있다. 정권 획득은 국민이 지지해 줄 때 가능한 일이다. 국민의 구성 층위는 다양하다. 보수 또는 진보 진영엔 비슷한 퍼센테이지의 고정 지지층이 있다. 이것만으로 집권은 가능하지 않다. 중간층의 흡수가 당락을 결정한다.

중간층 표를 얼마나 많이 확보할 수 있는가. 여야 가릴 것 없이 여기에 선거 전략의 초점이 맞추어진다. 선거 때 중간층은 몇 가지 특징을 보여준다. 첫째, 이성적이다. 둘째, 자기중심적이다. 셋째, 양 극단에 배타적이다. 넷째, 안정 속에 변화를 추구한다. 이런 특징의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너무 뻔하다. 주호영은 뻔한 사실을 외면해서 손해 보는 정치인이다.

멀리 볼 것까지 없다. 가까운 것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남한의 한 공무원이 월북하다가 북한 병사에게 총살을 당했다. 깊이 있는 조사가 진행되어야 밝혀질 일이지만 시신까지 불태워졌다 해서 말이 많다. 보다 성숙된 정치인이라면 남북이 상호 협조해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남북이 함께 힘쓰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 국힘당은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청와대 앞에서 일인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다. 들고 있는 구호판이 “대한민국 대통령을 찾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지금 어디 계신 건가요?”이다. 안면이 찡그러질 정도로 저급한 퍼포먼스다. 2014년 세월호 때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빗대고 싶었겠지만 둘을 비교한다는 게 가당치나 한 일인가.

당내에서 이런 의견 표출이 있다 해도 원내대표쯤 되면 절제케 해야 옳다. 한 여당 의원이 지적한 대로 ‘정치 하수들이 하는 바보들의 행진’이란 말을 들어도 싸다. 중간지대에 속하는 많은 국민들의 생각을 대변한 말이다. 비이성적 선전선동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주호영을 비롯해 국힘당이 차기 대선에 승산 있는 싸움을 하기 위해서는 대 국민 접근 방법을 대폭 수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정치 현실을 보면 갑갑하다. 여야 모두 같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지금 여야 원구성 분포는 180대 120이다. 야권의 절대 약세다. 이럴 때 야당의 강경 일변도의 투쟁은 빈 깡통만 가져오는 결과가 되기 쉽다. 원내대표를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지만 주호영의 신중모드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발행인  lmj2284@hanmail.net

<저작권자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