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하늘

            詩 / 방정환

구름이 아름답게
그림 그리면

노을이 내려와
색칠을 하고

기러기 떼로 날아
수를 놓는다

고운 저 하늘
한 자락 베어

우리 엄마 나들이 옷
지어 드렸으면

 * 소파 방정환,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초석을 놓은 분이다. '어린이'라는 단어도 그가 만들었다. 동심에 젖어 아이처럼 살다가 가신 분. 가끔 소파(小波)의 문학을 그리워하면서 현실을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추석명절 전의 가을이다. 문학 속이 아니더라도 가을하늘은 사람의 마음을 청정하게 만든다. 하물며 문학에서랴, 소파 선생의 동시에서랴. 선생의 동시 '가을하늘'을 읊조리면 마음과 생각이 정련이 된다. 수사와 비유는 학동들도 알 수 있는 딱 그 수준이다.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구름-그림, 노을-색칠, 기러기 떼-수 놓음, 하늘 한 자락-베어, 우리 엄마 나들이 옷 지어드리고 싶은 마음... 순박한 활동사진을 보는 것 같지 않은가. 동시는 이런 것이다(耳穆).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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