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기도
                         詩 강이슬

언뜻 스치는 한줄기 바람이
홀로 새벽을 깨울 때
텅 빈 가슴 내밀어
서늘한 기운으로 부풀게 하소서

한 여름 내 무성했던
짙푸른 상념의 잎사귀들
가을빛 삭힌 단풍이게 하시어
그 빛깔로 내 언어를 채색하소서

숨가쁜 땡볕의 흔적
길게 늘어진 그림자 추슬러
하늘거리는 햇볕 아래
알알이 고개 숙인 열매이게 하소서

저녁 풀벌레 소리
서늘한 여운으로 숲속에 들 때
이마에 맺혔던 땀방울
국화꽃 잎 위에 이슬로 내리게 하소서

서러운 지난날의 기억들
해거름 석양이 드리울 제
노을빛 그리움으로 번지어
빈 들녘에 피어나는 연기 되게 하소서

 * 가을은 시의 계절이다. 시를 가장 쓰기 좋은 때라고들 말한다. 시의 소재로도 가을이 좋고, 시를 쓰는 분위기도 가을이 제격이다. 강이슬의 '9월의 기도'를 이번에 '오늘의 시'로 선정한 이유이다. 시작(詩作)이 쉬운 일은 아니다. 타인에 대한 의식이 가시덤불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한 방법이 자기자신에게 쓰는 것이다. 자신을 대상으로 쓰니 부족해도 괜찮고 실수해도 괜찮다. 그런데 난점이 시작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중간 지점에 위치하는 것이 이른바 기도시이다. 절대자(神)에게 간구하듯 읊는 시이다. 구하는 대상은 신인데 듣는 대상은 사람이다. 기도시는 신심(信心)을 요구한다. 강이슬의 '9월의 기도'는 자유시이지만 정형시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 우리의 전통 시조가 초ㆍ중ㆍ종 3장으로 이루어진 정형시라면 이 '9월의 기도'는 4장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 다르다. 여름이 가고 가을을 맞는 배경, 소재, 변이 과정이 틀 속에 가지런히 모자이크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가을 초입에 딱 어울리는 시이다(耳穆).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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