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2일 개관했으니 한 달 반 정도 지났다. 처음 만난 느낌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듯하다는 것이다. ‘50일만에 관람객 1만 명 돌파’라는 보도도 있었다.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도시의 격을 따질 때 두 곳을 눈여겨본다. 도서관과 박물관이다. 도서관에 비해 박물관은 전시 내용물 갖추기가 정말 어렵다. 하고 싶지만 그래서 감히 엄두를 못 내는 자치단체도 많다.

우리 김천도 이 점을 심각하게 고려한 것 같다. 어렵게 준비해서 개관에까지 이르렀다. 다른 그 어떤 것보다 시의 격을 한 단계 높였다고 생각한다. 문화 영역에 속하는 박물관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매표소를 지나 박물관 입구로 가는데 쭉쭉 뻗은 대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대나무는 지조와 기상을 상징하지 않는가. 이어 현관 입구 양쪽에는 돌을 쌓아 벽을 만들어 놓았다. 

박물관은 그 지역의 역사를 담고 있는 그릇이다.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꼭 알아야 할 것들을 시대별로 분류해 놓았다. 지역에서 출토된 유물과 유적을 소개해 놓은 곳이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옛 유물을 당시 모습 그대로 재현해 보여주는 곳이다. 따라서 실물(實物)이 가장 좋다. 그러나 박물관 후발 주자로써 김천시립박물관은 그 점에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대구박물관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발굴되는 유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김천과 관련 있는 유물을 대구박물관으로부터 빌려왔다. 이것조차 안 되는 것은 복제해서 전시해놓았다. 실물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보완재였다.

후발 박물관으로서 전시 내용을 알차게 채워나가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박물관의 좋은 점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괜찮다. 어떤 기관이든 사람이 일하는 만큼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직원을 넉넉하게 배치해 박물관 운영을 원활하게 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시립도서관에 버금가는 직급을 배치해 박물관 운영을 맡기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는데 당장 어려움이 따른다면 사계의 전문가를 명예 관장으로 모시는 것도 생각해 봄직하다. 관장 없는 박물관은 없으니까.

1층, 2층, 3층 전시실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준비 팀의 노고가 고스란히 배어 있는 것 같아 흐뭇했다. 시대와 유물 설명은 오타가 거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박물관의 앞날이 기대된다. 칭찬해마지 않는다. 

전시실을 둘러보다가 몇 가지 고칠 점을 발견했다. ‘옥에 티’라고나 할까. 입구 첫 안내표지판에 '야외전시실' 영어 표식이 'Outdoor Exhibition Hal'로 되어 있는데 'Hall' 즉 'l'을 첨가시켜야 한다. 현관에서 처음 만나는 오타는 전체 이미지를 흐릴 우려가 있다.

1층 갈항사지 동서삼층석탑에 병기된 한자 명칭에서 '갈항사지(葛項寺址)...'와 같이 '址'를 넣어 주는 것이 바른 표현이다. 2층 제3 전시실 '나라를 세우다' 설명문에서 '후한서(後韓書) 동이전(東夷傳)'은 '후한서(後漢書) 동이전(東夷傳)'의 잘못이다. 즉 '韓'을 '漢'으로 교정해야 한다.

새로운 건물을 지을 때는 미래를 조망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내가 박물관 전시실을 살펴볼 때도 노인 분들이 여럿 보였다. 또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도 생각해야 한다. 주차장에서 박물관 입구까지 거리가 멀어 노인 분들과 장애인들이 접근성에 불편함이 따랐다. 

김천시립박물관 둘러본 느낌을 단편적이나마 적어보았다. 지적한 몇 가지는 박물관에 대한 애정의 표현임은 재언을 요치 않는다. 학술적 문제는 뒤에 따로 정리할 생각이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우리 김천시도 시립박물관이 있다. 이것보다 더 큰 자랑거리가 있을 성싶지 않다. 박물관은 살아 있어야 한다. 살아있는 박물관은 시민들의 몫이다. 자주 찾아야 한다. 그뿐 아니라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우리 박물관을 많이 알려야 한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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