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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재의 인생칼럼 - 홀로 있음에 영광!이창재(본 신문 편집고문)
이창재 | 승인 2020.07.28 08:40
이창재(본 신문 편집고문)

폴 요한네스 틸리히(Paul Johannes Tillich 1886~1965)는 독일의 신학자이자 루터교 목사였습니다. '존재로의 용기(The courage to Be)'란 책의 저자로 명성이 높습니다.
틸리히의 신학적 깊이를 다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가 다음과 같은 말을 한 분이라는 걸 기억하고 있습니다.
 '외로움이 홀로 있음에 괴로움이라면 고독은 홀로 있음에 영광이다.'

그 차이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요? 
외로움(loneliness)이란 홀로 고립된 느낌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 세상에 오직 자신만이 존재하는 듯한 무력감, 그리하여 어느 곳도 의지할 데가 없다는 감상이 개인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런 감상이 심해질 경우 스스로의 삶이 아무런 가치나 의미가 없는 듯한 느낌마저 갖게 됩니다. 
자신이 세상에 존재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그래서 차라리 태어나지 말았으면 더 나았을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비존재를 추구합니다. 

앞서의 모든 현상에는 필연적으로 고통이 뒤따릅니다. 그 증상이 심해진 사람들은 스페인의 작가이자 철학자인 미겔 데 우나모노(1864~1936)가 말한 대로 데스페라도(Desperado)가 될 수 있습니다.
붙잡고 의지할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은 격렬한 분노로 이어지고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그 분노를 타인에게 폭발시키는 존재를 데스페라도라 합니다.
그런 사람들로 가득 차 있을 때 세상은 정글과 같이 위험한 곳이 됩니다. 문제는 외로움이 꼭 물리적으로 횰로 있다고 해서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다수의 군중 속에서도 고립감을 느끼는 게 인간이니 말입니다.

반면 고독(solitude)은 외로움을 승화시킨 형태라 하겠습니다. 
홀로 있음을 오히려 성찰의 기회로 활용합니다. 성찰을 통해 삶의 의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힙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사람은 더 사람다워지고 내면의 폭과 깊이도 키울 수 있습니다. 홀로 있음이 외로움으로 마무리되지 않고 고독으로 발전하며 그로인해 더 의미 있고 창조적인 삶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 새삼스레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아마도 날씨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 물안개마저 서려있는 걸 보고 쓸쓸함이 문득 다가왔습니다.
씩씩하게 살아야 하겠지요...

'그러나 나라고 언제나 밝게 질주할 수는 없으니까, 나도 가끔은 지치고 주저앉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아무도 날 이해하지 못한다고 여겨지는 밤이 아직도 이렇게 불현듯 찾아오니까...'

이애경 작가가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에서 쓴 글이 곧 나의 말이 되어 그럴듯한 핑계거리로 떠올랐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갈 길을 가야 하겠지요. 홀로 있음이 외로움이 되지 않고 고독으로 발전할 수 있게 노력해야겠지요. 

생각의 골은 인류 역사에서 수 없이 존재해 온 수도자들에게 흘러갑니다.
그들은 고독을 얻기 위해 홀로 있을 수 있는 곳을 스스로 찾아갔습니다. 사막이나 사람들의 출입이 봉쇄된 지역이 그들의 행선지였습니다.
왜? 번거로운 일상에서 떠날 수 있으니까... 홀로 기도할 수 있으니까... 성찰의 시간을 갖고 절대자와 마주하는 영광을 맛볼 수 있으니까... 그렇게 사막이나 광야는 수도자들에게 내면의 깊이를 키우는 성지가 되었습니다.

수도자들처럼 사막으로 향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가 있습니다. 일상의 삶도 열심히 다져 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마음 속의 사막을 소유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분잡한 삶 속에서도 정신적 여유를 가지면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 사막 공간을 내면 속에 확보할 때 홀로 있음은 외로움이 아닌 고독으로 승화되리라 믿습니다. 스스로의 아픔과 한계를 뛰어넘어 타자에 대한 사랑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습니다.  

내리는 비를 보며 외로움이나 우울감에 빠져들기보다는 고통 속에 있는 수해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돕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마음 속의 사막공간을 만들어가는 당신과 저이기를 희망합니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 있다.

너 오늘 혼자서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라.


                    혼자서/나태주 

이창재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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