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남산공원에서...

사람들은 남산(南山)하면 서울에 있는 남산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남산은 전국 어디에나 있답니다. 남쪽에 있는 산을 지칭하는 보통명사이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우리 김천에도 여러 군데의 남산이 있고 남산공원도 있습니다.

남산동에 있는 남산공원이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봤더니 1924년 일본인들이 대규모 신사(神社)를 건립하고 시민과 학생들에게 신사 참배를 강요하던 그런 장소였다고 합니다. 1947년에는 배영중학원(지금의 석천중학교) 부지로 사용되기도 했었는데, 1963년 '남산공원 설치위원회'를 조직하고 황금동 114번지 사유지 3,734평과 교환한 뒤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환원이 되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공원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운동 연습장으로 이용되기도 했는데 1979년 시비, 사회단체 기탁금, 개인 성금 등을 모금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구요. 1998년에는 석축 계단과 재보수 작업을 거쳐서 새롭게 단장을 하였다구요.

부지면적은 약 13만 5천㎡이며, 화단, 산책로, 휴게소, 화장실 등의 기본 시설을 중심으로 편강렬 의사 순국기념비·여중룡 의사 순충기념비·남산루·백수시비·이해인시인의 시비와 시립미술관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어제 저녁 무렵에 남산공원 근처에서 부부모임이 있었습니다. 마침 친구 중에 자신의 증조할아버지의 순충기념비가 남산공원에 있다고 해서 들렀습니다. 

기념비의 정확한 명칭은
"남은 여중용선생 순충기념비"입니다.

남은 선생의 증손자로 늘 할아버지를 존경하며 산다는 친구의 설명에 의하면 

여중룡 선생(1856.3.5～1909.12.24)은 경북 금릉군 구성면 금평 출신으로 명성황후 시해사건 직후 김산 향교에서 의병을 조직하여 이기찬을 의병장으로 추대하고  군비 2천 냥을 부담하며 예건대장기(禮建大將旗)와 금산복의대장기(金山伏義大將旗)를 만들어 세우고 금산 구성 지례 등지로 진군하였으나 구성에서 일군과 연합한 관군에 패했다고 합니다. 

1903년에는 날로 나라가 기울어가는 것을 우려하여 전국의 의사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국난에 대처하여야 한다는 논지의 오백의사론을 비롯하여 양병론을  발표하여 세론을 환기하는데도 힘을 기울였구요. 

1904년 3월에는 서울에서 충의사(忠義社)를 조직하고 133명의 지사를 규합하여 매년 2회씩 모여 국사를 논의하기로 했었는데, 같은 해 여중용 선생은 일본전권대사 이등박문(伊藤博文)을 비롯하여 주한일본공사, 주한일본육군사령관, 영국, 미국, 프랑스, 청국, 독일 등 외국공사, 일진회, 정부삼판서(政府三判書)에 항의서한을 보내어 한국의 독립을 위협하는 조약이나 군사 활동이 동양의 평화를 파괴한다고 경고를 하였답니다. 
그 경고문의 전문이 황성신문(皇城新聞)에 게재되어 여론을 진작하는데 기여를 하기도 했다구요.

1905년 5월에는 마침내 이병구(李秉九)·지우석(池禹錫)·우용택(禹龍澤) 등과 밀의하여 일본공사관 폭파계획을 세웠으나 사전에 탐지되어 동년 7월 24일 앞서의 항의서 발표와 관련하여 일본헌병대에 연행 구금되었다가 다시 폭파계획사건에 관련된 사실이 겹쳐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었답니다. 

7개월 만에 석방되었으나 혹독한 고문으로 조골(助骨)이 부러지는 등 큰 상처를 입었구요. 1906년 5월에 병중인데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허 위, 이강년 등과 의병을 일으키기로 밀의하여 허 위는 안동, 이강년은 상주, 여중용은 금산에서 각각 의병을 일으켜 서울에 입성하기로 약조하였답니다.

약조에 따라 동년 8월 여중용은 귀향하여 김산군 병기소에서 무기를 수합하고 180명의 의병을 모집하였으나 병석에서 졸도하여 일어나지를 못했다고 합니다. 

1909년 12월 3년여의 투병 끝에 
"죽어 귀신이 되어서라도 원수를 갚고야 말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셨다고 하네요. 이에 정부에서는 여중용 선생의 공훈을 기리어 건국훈장 애국장(1977 건국포장)을 추서했군요.

대단하신 분을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나쁜 짓만 골라하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존재하는 한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의 공적은 더욱 널리 알려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독립군을 조상으로 둔 친구가 부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군요. 

여기에다 자랑스런 증조 할아버지의 순충기념비(殉忠紀念碑)를 찾아줘서 고맙다며 맛난 커피까지 대접을 받았으니... 참 기분 좋은 저녁입니다.

문홍연  gcilbonews@daum.net

문홍연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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