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전 의원이 대구광역시 사회통합부시장이 되었다. 권영진 시장의 요청을 수락했으니 곧 취임하게 될 것이다. 이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이래도 말, 저렇게 해도 말이 많다. 습성이다. 그들에게 홍의락 부시장 수락 건이 도마에 오르는 건 극히 당연하다.

상반되는 얘기는 크게 둘로 나뉜다. 찬성하는 쪽은 여야협치의 본보기가 된다는 점을 든다. 반대하는 쪽의 사람들도 둘로 대별되는데,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은 홍의락을 일종의 변절자로 보는 시각이다. 미래통합당 사람들은 정치 노선이 다른 사람을 데려다가 뭣하겠다는 건가며 볼멘소리를 한다.

지금 우리의 정치상황은 빨간 불이다. 중앙 정치를 보면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되었는데도 원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20대 싸움 국회를 심판하고 새롭게 출범한 게 21대 국회인데 지금 여의도의 사정은 이전보다 더 하면 더 했지 조금도 덜 하지 않다.

여야 모두 국민을 들먹이며 극한 대치를 하고 있지만 이런 모습은 국민이 원하는 바가 전혀 아니다. 국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한 발짝씩 양보해서 국회의 기능을 빨리 회복시켜야 한다. 당의 색깔이 중앙보다는 옅은 지역에서 정치의 묘미를 가끔 음미할 수 있는 게 그나마 위로가 된다고 할까.

권영진 시장으로부터 대구광역시 사회통합부지사 영입 제인을 받고 수락한 홍의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뉴스1)

그런 점에서 홍의락 전 의원이 대구광역시 사회통합부시장으로 가는 것은 잘 된 일이다. 중앙 정부와 대구광역시 단체장이 당을 달리하는 것은 긴밀한 관계 유지에 아무래도 불리하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아 중앙 정부에 손을 벌려야 하는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권 시장으로서는 이 점을 크게 고려했을 법하다.

그렇다면 홍의락이 돈 받아내는 기계밖에 더 되느냐며 발끈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의 부시장 영입을 반대하는 논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것은 하나는 알고 둘을 모르는 섣부른 생각밖에 안 된다. 대한민국이 OECD 가입 국가이고 세계 무역량 10위권을 달리고 있는 국가이다. 민주주의의 역량도 많이 향상되어 있다.

즉 시스템(제도)에 의해 작동되는 나라이지 사람에 의해 왔다 갔다 하는 나라가 아니다. 홍의락의 사회통합부시장 영입의 의미는 다른 데에서 찾아야 한다. 민주주의의 특징 중 하나는 협치이다. 여야가 치열하게 논쟁하되 결정된 사안을 따르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는 그렇게 해 오지 못했다.

홍 전의원이 이 협치의 매개 고리 역할을 해야 한다. 중앙과 지방 사이 또는 지방의 여러 정치 블럭 사이에서 연결의 역할을 충실하게 한다면 대구광역시를 넘어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는 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의 대구시 사회통합부지사 영입과 수락을 낮은 차원에서 재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현대 정치의 맹점 중 하나가 선거에서 승리한 당이 모든 것을 독식하는 것이다. 49대 51로 승리해도 51이 다 갖게 되어 있다. 절반에 1% 못 미친 당은 닭 좇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만다. 민의의 왜곡 현상이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연정(聯政)이다. 선거 때의 민의를 반영하는 제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광역자치단체 부단체장 한 사람을 놓고 상대 당 사람을 영입했다고 연정 운운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의미는 결코 적지 않다. 나라가 진영논리에 갇혀 있는 구조에서는 더욱 그렇다. 성공 여부에 대해선 잘 모르겠으나 몇 해 전 남경필 경기지사가 비슷한 시도를 한 적이 있다. 이어 대구광역시가 사회통합부지사를 영입한 것이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우리 경북도 상대 당 부지사 영입을 시도한 적이 있지만 불발됐다. 지사의 의지가 약했기 때문이다. 의지의 약함에 더해 방법도 서툴렀다. 인사 문제는 동네방네 떠들면서 하는 게 아니다. 은밀하게 진행하는 게 원칙이다. 따라서 누굴 통해 의사를 타진하는 것은 성공하기 어렵다. 대구 권 시장이 쓴 직접적인 방법은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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