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시평] 사면초가(四面楚歌) 윤석열

이 제목으로 칼럼을 썼던 것 같다. 조국이 취임 35일만에 법무장관을 사퇴한 직후였다. 검찰총장의 의도대로 상관을 사퇴시켰으니 그만 두게 한 당사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이라고 썼다. 따라서 검찰총장 직을 물러나야 한다는 게 글의 요지였다.

그러나 윤석열은 굳건하게 버텼다. 아이러니하게도 제1야당(당시 자유한국당)이 우군이었다. 그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옹호했다. 보디가드도 그런 보디가드들이 없을 정도였다. 검찰총장에게 그것보다 더 한 자리 보존의 끈은 2년이란 임기였다.

본인이 스스로 그만 두지 않는 한 외압으로 그만 두게 할 수가 없다. 현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데도 임명권자인 대통령도 어쩔 도리가 없다. 주권을 위임받은 선출직도 아닌 검찰총장이 대통령과도 맞설 수 있는 이유가 2년 임기 보장에 기인한다.

하지만 정말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더 이상 검찰총장직을 수행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윤석열이 검찰총장 자리에 연연하면 창피당할 상황까지 왔다. 창피가 아니라 법의 제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정치 지형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지난 총선에서의 여당 압승은 윤석열의 입지를 더욱 좁혀 놓았다. 우군이었던 제1야당(미래통합당)이 참패를 한 것이다. 방패막이가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 먼지털이 식으로 조국을 후벼 판 야당 의원들이었다.

해괴망측하게도 법무부의 외청이 보수야당과 한 고리가 되어 정권에 각을 세워왔다. 윤석열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에게 보수야당(미래통합당)은 강력한 울타리였다. 그 우군이 쪼그라들어 20대 국회와 같은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둘째, 법무부 장관과의 엇박자 행보를 들 수 있다. 검찰총장은 상관인 법무장관과 톱니의 양 바퀴처럼 보조를 맞춰 일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윤석열은 보조는커녕 사사건건 대립했다. 대립을 넘어 온갖 혐의를 씌워 장관을 밀어내기까지 했다.

검찰총장이라고 해도 지켜야 할 행정질서라는 게 있다. 현 추미애 법무장관은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에게 행사할 수 있는 힘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해도 인사권과 수사지휘권을 갖고 있다. 이것을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셋째, 검찰총장의 수족들이 잘려 나가서 더 이상의 마피아적 힘 행사가 어렵게 되었다. 누구든 든든한 측근들이 가까이 포진해 있을 때 동력이 생기는 법이다. 검찰 개혁에 저항하는 그의 힘을 약화시키는 길은 측근 분산의 방법이 유효하다.

이것은 인사로 보여 줄 수밖에 없다. 지난 2월의 인사에 이어 오는 7월에 또 한 번의 인사이동이 있을 예정이다. 인사 제청권자는 법무부 장관이다. 소위 윤석열호 힘빼기에 방점을 둘 것이란 예측들을 한다. 검찰개혁의 일환으로써 말이다.

넷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것이다. 지난 총선 결과 미래통합당의 참패와도 연결되는 얘기다. 정부여당과 관계되는 사건은 신속하면서도 샅샅이 뒤지는 반면 야당에게는 한없이 유한 모습을 검찰은 보여주었다.

이것을 국민들은 검찰개혁에 대한 윤석열의 저항으로 본다. 조국 정국 때 저격수로 설친 의원들이 지난 총선 때 대부분 낙선한 것도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법대로와 원칙대로를 외치며 정부여당과 사사건건 대립한 윤석열에 대한 심판으로 본다.

일부 보수 언론과 극우 유튜버들 그리고 보수성향이 강한 정당들이 윤석열 사수를 외치고 있지만 화력이 예전 같지 않다. 그야말로 윤석열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직면해 있다. 가야 할 때를 아는 사람을 지혜롭다고 말한다. 지금이 그 때가 아닐까.

요즘 흥미 있는 기사들이 올라오고 있다. 윤석열을 차기 대선 후보로 띄우자는 것이다. 보수 야당에 뚜렷한 대선 주자가 없는 것에 기인하는 것 같다. 윤석열을 차기 대선에 보수 후보로 세우면 승산이 있단다. 이것은 그쪽에서 알아야 할 일이니 관심을 접자.

그러나 이 점만은 지적하고 싶다. 대선 후보는 정치지도자의 반열에 든다.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정치적 검증 기간도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도자, 대선 후보로 결격이다. 얼마 전 황교안에게서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는가.

이 시평의 결론을 조용히 말하자. 국민을 생각하는 검찰총장이라면 물러나는 게 좋다. 본인은 원칙에 따라 검찰권을 행사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보는 국민은 많지 않다. 검찰패밀리에 집착해 정권에 각을 세운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역대 어느 검찰총장을 보더라도 연일 뉴스의 중심에 서는 일이 없었다. 그가 유일하다. 장모의 서유 위조 건 등 그에게도 흠결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사람이 검찰개혁을 앞장서서 막으려는 모습은 보기에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문재인 정권의 임기가 2년 정도 남았다.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다.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 등 검찰과 관련되는 것들이 그 중심에 있다. 거대한 흐름을 검찰총장이 거스르려 해서는 안 된다. 이 점을 조금만 생각해도 윤석열의 진퇴는 답이 금세 나오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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