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뇌피셜 진중권

나는 어휘력을 어느 정도는 확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 생소한 단어와 맞닥뜨리면서 당황할 때가 없지 않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외래어이거나 신조어일 경우가 많다. 젊은이들이 애용하는 은어도 거기에 해당한다.

이것도 신조어이다. 국어사전에도 올려 있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한자와 영어가 합성된 것으로 나와 있다. 순수한 우리말에 대한 고집을 접은 지 오래지만 국적 불명의 신조어와 은어의 범람에 대한 우려가 크다.

뇌피셜은 한자어 '뇌(腦)'와 영어 '오피셜(official)'이 합해져서 만들어진 단어이다. 객관적 근거도 없이 자기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 사실이나 검증된 것 인양 말하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과도 관계가 있다.

진중권이 한 정당 주최 세미나에 가서 문 대통령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것 같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은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데 문 대통령은 그게 없다고 했다고 한다. 남이 써 준 것을 그냥 읽는 의전 대통령 같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진중권의 발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을 모셨던 비서들이 발끈하며 진중권을 '뇌피셜'이라고 비판했다. 자기 생각에 매몰되어 사실인양 말한다는 것이다. 이런 뇌피셜이 자기만의 생각에 그친다면 별 문제는 없겠다.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인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사진)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문 대통령의 의전 대통령 문제를 날선 비판을 주고 받았다(사진=뉴시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땐 악영향이 적지 않다. 가짜뉴스의 많은 부분도 이 뇌피셜에 근거하고 있다. 억측이 사실이 되어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다. 오도된 식자층(識者層)들이 그 중심에 있다. 진중권도 그런 식자 중 한 사람이다.

습득한 지식으로 무장하여 말과 글 싸움에 지지 않으려는 것이 진중권의 특징이다. 그가 나온 방송 토론에서 억지 주장으로 자신을 합리화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짜증이 난다. 지식은 사회에 순기능으로 작용할 때 가치가 있다. 사회를 맑고 밝게 만들 때 의미가 있다.

그러나 지식을 그 반대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를 과시하기 위해 또는 비난을 위한 비난에 지식을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무 개념의 식자들이다. 한 때 아는 것이 힘이라는 구호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바른 실천이 따를 때 의미 있는 말이다.

식자우환(識者憂患)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배운 것이 도리어 근심을 쌓이게 한다는 뜻이다. 이런 사람은 배우지 않는 게 더 나을 뻔 했다. 삼국지에 나오는 서서(徐庶) 의 모친 위부인(衛夫人)의 탄식이 귀에 들리는 듯하다.

요즘 진중권을 생각하면 식자우환이란 사자성어가 함께 떠오른다. 좌충우돌하는 모습에서 회색분자의 끝판을 보는 것 같아 찝찝하다. 가치 기준 없이 지껄이는 자기중심의 말은 공허할 뿐 아니라 맹목적이기 쉽다. 그런 사람이 주위에 더러 있다.

진중권이 언제부터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그럴 가치가 있는지는 더욱 모르겠다. 이슈가 터질 때마다 그가 등장한다. 마치 해결사라도 되는 듯 사안에 대해 말을 하지만 따지고 보면 뇌피셜에 지나지 않는다. 추측이 그의 입을 통해 사실처럼 둔갑하니까.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말보다 침묵이 빛날 때가 있다. 말로 설치는 자는 그 말 때문에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진중권이 명심해야 한다. 지식인과 지성인은 다르다. 많이 배운 지식인은 지천이지만 지성인은 드문 게 현실이다. 산소와 같은 지성인이 그립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