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월 에
                   시 / 나태주

말없이 바라
보아주시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합니다

때때로 옆에 와
서 주시는 것만으로도 나는
따뜻합니다

산에 들에 하이얀 무찔레꽃
울타리에 넝쿨장미
어우러져 피어나는 유월에

그대 눈길에
스치는 것만으로도 나는
황홀합니다

그대 생각 가슴 속에 안개되어 피어오름만으로도
나는 이렇게 가득합니다.

* 정열의 달 유월을 시적 자아와 연결시켜 이렇게 글로 승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감히 바라볼 수 없는 사랑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 기발하다. 사람은 자연을 수단시하기 쉽다. 나 시인은 그렇지 않다. 자신을 시절에 예속시키고 있다. 유월이 있음으로써 비로소 시인이 존재 가치를 갖는... 시어의 배치도 탁월하다. 말이 되지 않는 것 같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말이 되는...  이런 게 시 아닌가. '바라/보아주는', '와/서 주시는', '무찔레꽃/울타리에', '눈길에/스치는' 등은 줄을 바꿔 쓰는 게 아니다. 시니까 허용된다. 뜻이 더 선명하게 다가오면서 시상(詩想)이 명확해진다. 유월은 감정 발산의 통로가 되기 쉬운 달이다. 그러나 나 시인은 유월을 통해 사랑의 마음을 흡입하고 있다. 아름답고 귀한 일이다(耳穆).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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