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들이 겁내는 것 중 하나가 산불이라고 들었다. 산불은 한 번 났다하면 대형 화재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가 따를 수밖에 없다. 화재는 예방이 최선이어서 각급 공무원들은 환절기 특히 봄철 화재 예방 홍보에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을 본다.

경상북도 이철우 지사가 산불과 연관되어 비판을 받고 있다. 도내에 산불이 확산되는 때에 총선 당선자 3명과 술을 겸한 축하 만찬을 했다고 해서이다. 그것도 산불 현장이 버젓이 보이는 음식점에서 일어난 일이었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나사 풀린 도지사이다.

지난 4월 24일, 경북도청 뒷산 인근에서 산불이 발생 3일간 800 여 ha의 산림을 불태웠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광역 단체장이 구설수에 오르는 것은 같은 도민으로서 유쾌한 일이 못 된다. 경상북도에 살고 있으면서 도지사가 잘 해 주기를 늘 바라게 된다. 그렇지 못할 때는 마치 내 잘못이라도 되는 것처럼 마음이 짓눌린다. 사람에게는 상식이라는 게 있다. 

한 광역단체를 책임지고 있는 도지사는 이 상식을 벗어나지 않기 위해 늘 조심해야 한다. 지난 4월 24일 벌어진 이 지사의 행동은 상식에 반(反)하는 것이다. 강풍을 타고 산불이 확산되고 있는 급박한 상황임에도 국회의원 당선자들과 축하 만찬을 했다고 하니 말이다.

지나치다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지난 총선에서 지역주의에 편승해 당선된 사람들은 그렇게 축하 받을 일이 못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막대기만 꽂아도 ‘따 놓은 당상’이기 때문이다. 영남의 미래통합당 당선자들도 그렇고, 호남의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경북도 이철우 지사와 총선 당선 축하 만찬을 한 정희용 김병욱 김역식 당선자(좌로부터) 사진=MBC 뉴스

이런 흐름에 대한 이해도 없이 이철우 지사가 지역 당선자들과 당선 축하 만찬을 했다. 지역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찜찜하기 이를 데 없다. 술을 곁들이지 않았다고 해도 잘 했다는 말을 듣기 어렵다. 간단하게 반주만 했다고 면피가 될 수 없다.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더 가관인 것은 축하 만찬 이튿날 아침, 현장으로 가서 홍보용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는 사실이다. 화재 체험이라는 이름으로, 대로변에서 화재 현장과 직접 관계되지 않은 곳에 호스 물을 뿜어 댔다고 한다. 국민을 우롱해도 그 정도가 지나치다. 도민을 우습게 보는 짓이다.

화재 체험이란 이름으로 찍은 이철우 지사의 홍보용 사진

‘묻지 마 지지’의 결과이다. 무슨 짓을 하든 당선되는 풍토에서 선출직 공무원들이 신중한 처신을 할 필요를 느끼겠는가. 도민들의 건전한 비판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철우 지사의 상식을 벗어난 처신은 '묻지마 지지'를 한 도민에게도 일단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철우 지사가 연임을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연임을 생각한다면 산불 화재 현장 가까운 음식점에서 한 시간 가까이 술을 곁들인 저녁 식사를 해서는 안 된다. '한두 잔의 반주를 곁들인 식사자리였다', '금방 마치고 절차에 따라 산불 통제를 했다' 이런 변명만 늘어놓아서는 지지를 받기 어렵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세상은 세계를 향해 촉수를 넓혀 가는데, 지역주의에 매몰되어 자족하는 풍토는 고쳐져야 한다. 이철우 지사를 비롯해 도내 선출직들은 이런 풍토에 빠져 있지 않나 점검해 보아야 한다. 총선 참패에 반성이 따르지 않는 TK는 미래가 밝지 못하다. 이 지사, 정신 똑바로 차릴 때이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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