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이다. 뻔뻔스럽기 짝이 없다. 부산시민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이다. 오거돈 부산광역시장이 성 추행 사건으로 자진 사퇴를 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번 건은 사퇴로 끝낼 일이 아니다. 선출직 공직자들의 정신 상태를 일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태 전 안희정 충남지사가 여성 비서를 성 폭행한 일로 사퇴한 일이 있었다. 그는 법정 구속되어 그동안 쌓았던 공든 탑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고 말았다. 성 인지도가 낮은 결과이다. 성 범죄는 음주운전, 탈세 등과 함께 파렴치 범죄에 속한다. 근절되어야할 사회 악이다.

이번 오거돈 성추행 사건은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근무시간에 20대 여직원을 집무실로 불러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 둘째, 21대 총선 직전에 벌어졌던 사건임에도 선거가 끝나고 시장 사퇴가 이루어졌다는 점. 셋째, 사퇴시기를 놓고 피해자와 공증까지 했다는 점.

무엇보다도 오 시장의 성 범죄 사건을 청와대와 그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몰랐을까 하는 점이다. 벌써 여야가 이 문제를 가지고 진실 공방으로 흐르고 있는 모양새다. 앞으로 검경의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다. 진실을 반드시 밝혀지는 법이다.

우려가 되는 것은 검찰 수뇌부가 이 사건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항간의 소문이다. 선거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오거돈 성 범죄 사건을 알고도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서 검찰이 쉬쉬 했다면 이 또한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이 문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4월 23일(목) 오전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허리숙여 사죄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도 있다. 오거돈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혹 덮기에 급급해서는 안 된다.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를 밝혀야 한다. 총선 압승으로 인해 의식하든 못하든 교만해지기 쉬운 때이다. 국민 앞에 솔직한 자세는 이럴 때 더 필요하다.

문재인 정권이 국정 하반기로 접어들고 있다. 출범 초 국정 운영의 지침으로 설정했던 것이 '개혁'이다. 개혁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 한 것도 아닌, 어정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후반기 개혁의 고삐를 조이려 할 때 오거돈의 성 범죄 사전이 터졌다. 이 사건을 투명하게 처리하는 것이 정부 여당에게도 도움이 된다.

미래통합당도 예외가 아니다. 총선 참패로 정국 주도권을 상실했다고 생각하고 이 문제를 좋은 공격거리로만 삼아서는 곤란하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제1야당의 위치까지 흔들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벌써 이 건으로 미래통합당은 대여 공세의 포문을 열고 있다. 검경이 수사를 하면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게 되어 있다.

더욱이 피해 여성이 오 시장과의 사퇴 시기 등을 공증했다. 피해자는 이 사건에 어떤 외압도 없었으니 정치적 해석을 하지 말 것을 당부해왔다. 피해 여성의 의사를 존중해 주는 것이 피해자를 보호하는 길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을 통해 공직자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세기 한 때 독재의 먹구름이 나라를 뒤덮고 있을 때, 최고 권력자는 '남자의 아랫도리 문제는 거론하지 말라'고 했다. 아랫도리 문제가 남성들의 술자리에서 무용담이 되어 회자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인간의 도덕적 잣대에서 첫째가 성 문제의 정결함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공직자는 나랏일을 맡아서 하는 사람을 뜻한다. '공(公)'은 '공평하다', '숨김없이 드러내놓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공무원의 자세가 그대로 드러난다. 고위 공직자는 더 엄한 도덕률을 요구받는다. 오거돈 사건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공무원들은 각자 자신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발행인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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