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의 시 '파장(罷場)'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의 모든 것이 끝났다. 후보와 그 가족 그리고 선거운동을 했던 사람들의 본연의 자리로 돌아갔다. 선거 결과인 승패만 진하게 남겨 놓은 채로...

21대 총선, 의미가 결코 적지 않다. 선거란 원래 여야가 팽팽한 결과를 가져오기 쉬운 게임이다. 50대50에서 플러스 마이너스 5 정도. 국민은 균형의 미를 선호한다. 한 당의 일방적 우위를 허락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가끔 그것을 벗어날 때가 있다. 정치가 국민의 바람을 무시할 경우, 튀는 스프링처럼 국민이 반발한다. 대표적인 예가 17대 총선이다. 당시 제1 야당인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하다 실패했다.

그때 한나라당은 121명의 당선자를 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152명을 당선시켰다. 야당의 참패였다. 명분이 없는 탄핵 추진으로 역풍을 맞았다고 했다. 한나라당 대표 최병렬은 책임을 지고 정치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21대 총선 결과 182(더불어민주당) 대 103(미래통합당).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제시되고 있다. 내가 판단하기엔 민도(民度)를 제대로 읽지 못한 정치권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제1야당이 더 그렇다.

국민의 의식은 날로 성장해 가는데 정치인들의 의식은 지난 세기에 머물러 있다. 이것은 상식을 무시한 언행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미래통합당에서 보인 좋은 예가 있다. 조국 청문회, 패스트트랙, 태극기 집회, 코로나19 사태가 그것이다.

조국을 낙마시키기 위해 갖은 수단 방법을 다 동원했다. 사생활 침해는 말할 것 없고 인권을 무시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 극우 세력의 환호를 국민 전체가 지지하는 것으로 착각했다. 정치에 대한 미숙이다. 여기에 윤석열 검찰까지 동조했다.

자유한국당(지금의 미래통합당) 김진태 의원이 조국 법무장관 청문회에서 조국이 제출한 가족관계증명서를 박박 찢어 당사자에게 던지고 있다.

조국 딸의 성적표까지 공익 제보 받았다며 공개한 주광덕, 조국이 제출한 가족증명서를 박박 찢어 당사자에게 던진 김진태. 완화된 방법으로 조국 청문회에 임했다면 유권자가 그들을 다시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국민의 수준을 얕잡아 보았다.

패스트 트랙 입법 과정부터 자유한국당은 억지로 일관했다. 민주주의는 토론과 협상을 토대로 발전하는 과정인데 자한당은 그것 자체를 아예무시했다.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기 예사였다. 물리적 충돌도 마다하지 않았다. 어디서 배운 것일까.

원내대표 나경원은 '노루발못뽑이(빠루)'를 들고 패스트트랙을 주도한 4+1협의체와 대립했다. 이은재는 국회사무처로 달려가 기물과 서류를 파손했다. 보좌관들까지 동원해서 국회를 전쟁터로 만들었다. 싸움하는 국회를 각인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했다.

많은 사람이 이 점을 간과하지만 전광훈이 주도한 태극기 집회도 미래통합당 표를 깎아 먹는 데에 이바지했다. 전광훈의 한 마디 말로 태극기부대와 미래통합당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게 아니다. 황교안 전도사의 극우 기독교적 상(像)은 그대로 전광훈과 오버랩되었다.

전광훈이 광화문에 모인 군중 앞에서 대통령에 대해 욕설과 악담을 하면 할수록 황교안이 대표로 있는 미래통합당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전광훈은 목사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도 국민 정서에 동떨어진 면이 많았다. 황교안이 그와 같은 선상에 있다고 생각했다.

코로나19는 총선 국면과 겹쳐 있었기 때문에 미래통합당이 입은 피해가 그 어느 것보다 컸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호는 국가의 재난에 해당한다. 이런 재난 앞엔 여야가 따로 없다. 전 국민이 힘을 합해 극복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은 사사건건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 중국인 입국을 막지 않았다, 우리도 부족한데 마스크를 대량 중국에 보냈다, 지구상 120 여 개 국가가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정부의 코로나19 대처가 6년 전 세월호 때와의 차이를 알았다.

적어도 국민들에겐 그렇게 비쳤다. 오죽했으면 미래통합당 내에서 '극우 유튜버들에 휘둘린 당'이란 말까지 나왔을까. 미래통합당의 코로나19 인식은 가짜뉴스에 근거했다. 적어도 공당이라면 SNS에서 난무하는 선동이 아니라 국익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살아남은 미래통합당 몇몇 사람의 당선 일성에서 구태가 그대로 드러났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문재인 정권과 물러나지 않고 싸우겠다고 한다. 종북좌파를 척결하겠고 기염을 토한다. 미래통합당이 이렇게 폭망했는데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거대 여당도 그렇고 왜소화된 야당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지금은 사즉생(死即生)의 각오로 싸울 때가 아니라 무한 경쟁의 국제 사회를 헤쳐 나가기 위해 여야가 힘을 합칠 때이다. 사사건건 브레이크를 걸 것이 아니라 걸 만한 일에 걸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지역주의가 아니었다면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103석이나마 건질 수 있었을까. 어림없다고 생각한다. 미래통합당은 민주주의의 큰 장애물 중 하나인 지역주의에 기생하고 있는 정당이다. 언짢게 생각할 사람이 있는가.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다. 이것의 극복을 요청한다.

향후 미래통합당이 어떻게 변모할지 모르겠다. 지도부는 어떻게 꾸려질 것이며 또 어떤 인물이 당의 중심에서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낼지 미정이다. 바라건대 적어도 국민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이 그 당을 이끌기를 바란다. 충심에서 하는 말이다.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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