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삼천포 애(愛) 빠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3일간의 선거가 무사히 끝났습니다. 당선되었으면 하고 바랬던 사람까지 당선이 되었으니 홀가분하기는 했습니다만...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보니 아까운 분들도 많이 떨어졌더군요. 역시 사람이란 대수롭게 여기던 것도 잃어버렸을 때 비로소 그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가 봅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두어 달 하다 보니 국가의 역할이 얼마나 소중하고 대단한지 다시금 느껴지는 선거였습니다. 이제는 아무것도 아닌 농부의 평범한 일상도 자꾸 그립습니다.
그래서 만사를 제쳐두고 떠났습니다.

삼천포를 모르는 분은 없을 테지요?
저는 스무 번도 더 간 듯합니다. 가족과, 친구들과, 가끔은 흔들리는 관광버스를 타고 가보기도 했었구요. 이번에는 중·고등 동기생들과 싱싱한 회나 한 접시 먹고 오자며 무작정 집을 나섰습니다. 
(워낙 주관적인 여행을 즐기는 편이라
행선지도 출발 직전에 정했습니다)

(사천시에서 잠시 빌려 온 사진입니다)

삼천포! 풍광이 참 좋은 곳이지요.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잘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는 관용구는 무슨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다가 엉뚱한 곳으로 흐른다는 부정적인 뜻으로 사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런 말을 무의식중에라도 대화할 때 쓰면 삼천포가 고향인 분들은 엄청 싫어했다고 합니다.

그랬는데... 어느 분의 아이디어인지는 모르지만 이것을 역으로 이용을 했군요. "삼천포 애(愛) 퐁당 빠지다" 이 얼마나 멋지게 만든 광고 카피입니까? 실제로 가보시면 경관에 퐁당 빠질 정도로 매력 있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물론 지금은 삼천포시와 사천군이 통합되어 경상남도 사천시가 되는 바람에 지명이 사라졌지만 사람들은 지금도 사천시보다는 삼천포라는 지명을 자주 입에 올립니다. 주변의 경치도 아름답고, 또 얼마 전에는 각산에서 바다 중간의 작은 섬까지 케이블카도 개설이 되었지요. 하지만 삼천포하면 누가 뭐라 해도‥.수산시장의 싱싱한 회를 빼놓을 수가 없답니다.

그래서 점심은 회를 떠서 거(巨)하게 먹었습니다. 처음부터 계획을 세우고 떠난 여행이 아니다 보니 다음 행선지를 잡기가 난감했습니다. 
케이블·카를 타자니 다른 일행과 겹치는 것이 불편하고 바로 집으로 가자니 아직 해가 중천이고.... 할 수 없이 핸들을 돌려 남해로 달렸습니다. 
유채꽃이 활짝 핀 삼천포대교를 건너서 한참을 달리다보니 독일마을이라는 안내판이 보입니다.

무작정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색다른 풍경입니다. 향토색 짙은 어촌의 남해섬과는 다르게 이국적인 오랜지색 지붕과 하얀 벽돌로 지은 여러 집들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멋지게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안내문을 꼼꼼히 읽어보니 이곳이 ‘남해독일마을’이었군요. 

안내문을 조금 더 인용을 하면,

“1960~70년대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머나 먼 독일로 떠나야 했던 파독 광부, 간호사들이 은퇴 후 노년의 안식을 위해 일군 마을이다. 2001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했다. 마을은 바다를 굽어보는 언덕배기에 자리해서 전망이 빼어나다. 마을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독일광장에 서면 멀리 2000여 그루의 방풍림으로 조성된 물건방조 어부림(천연기념물 제150호)이 한눈에 보인다. 2014년에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삶의 흔적을 재현한 ‘남해파독전시관’도 들어섰다. 마을 옆에는 원예를 테마로 조성한 원예예술촌도 있다. 원예 전문가들이 거주하면서 뉴질랜드, 프랑스, 스위스 등 21개 나라별 테마 정원을 가꾼다.”

읽어보니 의미가 남다른 마을입니다. 
몇 년 전에 '국제시장'이라는 영화에서 봤던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의 고단했던 삶들이 스치듯 지나갑니다. 
(살짝 눈물을 흘렸던 영화였습니다)

지금은 마을의 의미가 많이 변했군요.
독일맥주와 커피등 상가건물들이 차고도 넘쳤습니다. 맛이 남다르다는 맥주와 커피도 한잔씩 나눠 마셨지요.
....ㅎ 역시 저는 국산맥주 체질입니다.

독일마을을 내려와서는 또 계획 없이 해안길을 달립니다. 
색다른 건물이 하나 눈이 들어옵니다. 
무작정 차를 세우고 들어갔습니다. 이름 하여 "스카이·워크"
사진이 보이시나요?
표정은 멀쩡해도 무척 긴장했습니다.
줄이 끊어져 떨어질까봐...그래서
여섯 명 중에서 겨우 두 명만 걸었습니다.

꼼꼼히 계획을 세워서 여행을 하는 분도 계시지만 우리처럼 무작정 돌아다니는 주관적인 여행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는 장소는 대부분 비슷하더라구요.

이러나 저러나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시계를 들여다보니 집으로 돌아 갈 시간이 되어 갑니다.

태양도 서서히 서산에 걸려갑니다. 김천을 향해서 남해대교로 달려갑니다. 여기저기 많은 곳을 돌아 다녔는데도 이상하게 뭔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살짝 들었습니다. 

그때 한 친구가 이왕 여행이라고 나왔는데 저녁도 먹고 가자고 합니다. 어쩌겠습니까. 운전하는 친구가 진주시내로 살짝 핸들을 틀어야지요.

진주에서 알아준다는 "하연옥"입니다.

말로만 듣던 유명한 진주냉면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보니 양이 엄청 많습니다. 다른 도시에서는 냉면사리를 추가로 시키면 저 정도의 양이 될까요? 물냉면 위로 올라간 고명도 놀랍습니다. 국물도 김천에서 먹던 맛하고 뭔가가 조금 달랐습니다. 일단은 화려하고 양까지 푸짐해서 기분도 좋습니다. 

소고기 육전은 제가 한우를 키우는 관계로 강력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우리 김천에도 소고기 육전을 고명으로 얹어주는 식당이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계산을 하면서 맛있다고 칭찬을 했더니 돈 받는 분 하시는 말씀... "맛이 없거나 양이 적으면 진주냉면이 아니지요" 
아주 단호하게 말씀을 하십니다.

여름도 아닌데 냉면까지 먹고 나니 이제서야 하루를 꽉 채운 느낌입니다.
하루가 바빴습니다. 
"삼천포 애(愛) 빠졌다"가 남해까지 돌아서 진주를 찍고 김천으로 왔으니...

문홍연  gcilbonews@daum.net

문홍연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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