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무흘구곡 제1곡 봉비암(鳳飛巖)에서...

농부가 '무흘구곡'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친구가 전해준 책자였습니다.
책 이름이 "무흘구곡 경관가도사업 보고서"였는지.... 오래 전이라 이름도 가물가물합니다. 건성건성 읽었는데
조선 중기 때 유명하신 도학자였던 '한강 정구'선생이 벼슬을 마치고 낙향하여 성주에 터를 잡고 후학들에게 성리학을 가르치며 사셨다고 합니다. 

조선시대는 성리학의 세상인지라 당연히 주희의 사상이나 풍류를 즐기는 멋을 많이 따랐겠지요. 김천시 증산면에서 발원하여 성주로 흘러드는 대가천을 따라서 경치 좋은 아홉 곳을 송나라 주희의 고향 무이산에 있다는 '무이구곡'에 견주어 '무흘구곡'으로 명명하고 구곡(九曲)마다 뛰어난 시를 남겼다고 합니다. 

400년 전에 명명했다는 무흘구곡을 새롭게 단장하고 개발을 하려다 보니 학술적으로 뒷받침하는 이론서라고 기억을 합니다. 

그 후로 용역보고서는 채택이 되었는지 백 몇 십억의 돈을 들여서 '무흘구곡'은 예전보다 더 훌륭하게 정비가 되었지요.

 (한석봉의 필체라고 합니다만...)

김천시 관내에 있는 무흘구곡은 이미 둘러본 나머지라 오늘은 가까운 성주군 수륜면에 있는 회연서원과 서원 뒤편에 있는 1곡 봉비암을 가 보기로 했습니다.

이곳 '회연서원'은 한강 정구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했던 제자들이 스승의 사후(死後)에 유학교육을 위해 세웠다고 합니다. 오늘 서원에 들렀더니 선비의 꽃이라는 매화는 이미 꽃잎을 깨끗이 떨구었고 소나무와 대나무만이 푸르름을 뽐내고 있더이다.

서원을 한 바퀴 돌고 뒤쪽으로 나 있는 산책로를 따라서 조금 올라가니 절벽을 감싸고 도는 양정소(沼)가 나옵니다. 

옛 선비들의 흉내를 내봤습니다. 
푸른 물속에는 팔뚝만한 잉어가 유유히 물살을 가릅니다. 낚싯대를 던지면 금방이라도 한 마리 낚을 것 같습니다.

다시 10여m를 더 올라가니 무흘구곡의 제1곡이라는 봉비암이 나옵니다.

(위에 적힌 시가 '한강 정구'선생이 봉비암에 올라서 지은 시라고 합니다)

선비의 품격이 느껴지나요? 
봉비암에 올라보니 다른 세상이 보입니다. 대가천의 물소리와 소나무 숲이 멋스럽게 어울린다고 할까요. 짧은 지식의 농부라 더 멋진 표현을 할 수는 없지만, 조선시대를 살다 가신 선비들은 이런 곳에서 풍류를 즐겼구나...하는 묘한 느낌은 듭니다.

봉비암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다시 서원으로 내려왔습니다. 사실 말이지만
주자학이니 성리학이니....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기껏해야 고등학교 국사시간에 배웠던 몇 줄이 전부였지요.  물론 지금도 대학에서 유학을 연구하는 학자나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만이 공부하는 학문이지만 가까운 100여년 전만해도 성리학을 해야만 과거시험을 볼 수가 있는 대단한 학문이었겠지요?

그 당시 국사선생님은 실생활에는 별 효용가치가 없는 학문이라며 상당히 부정적으로 묘사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강 정구선생은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을 스승으로 삼아서 그런지 그 시대에는 영향력은 대단했다고 합니다. 문화해설사의 말을 빌리면 영남 선비의 대부분이 문도(門徒)라고 할 만큼 '한강 정구'선생은 많은 제자를 길러냈다고도 하네요. <한강문인록>에는 문인이 모두 342명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과거 합격자만 해도 그 3분의 1에 달하는 110명이었구요. 회연서원 숭모각의 마지막에는 400명에 가까운 한강 선생 제자의 이름을 새긴 동판이 벽에 빼곡하게 붙어 있다니 당시로서는 석학으로 대접을 받던 분이었나 봅니다.

다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아무튼 '한강 정구'선생이 명명했다는
제1곡 봉비암
제2곡 한강대
제3곡 무학정
제4곡 입암(선바위)
제5곡 사인암
제6곡 옥류동
제7곡 만월담
제8곡 와룡암
제9곡 용추폭포
무흘구곡(武屹九曲)이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려지고 사랑을 듬뿍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문홍연  gcilbonews@daum.net

문홍연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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