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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시평] 정치하는 동네의 갈 지(之) 자 행보-김종인의 경우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발행인 | 승인 2020.03.27 09:37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명분 없는 정파 이동

한 사람이 이쪽저쪽 각기 다른 두 정파를 오가며 힘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사람은 가치를 좇는 동물이다. 이쪽 진영에서 저쪽 진영으로 말을 갈아타면 그동안의 가치를 다 부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어물쩍 넘어간다면 지도자로 인정받기 어렵다.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가치는 흔히 정치적 지향점을 가리킨다. 정치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이라고 해도 좋겠다. 지향점과 목적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그것에 합당한 이유, 즉 명분이 있어야 한다. 자기 합리화 내지 변명이 아니라 국민이 수긍할 수 있을 때 명분으로서 가치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사회운동을 같이 하던 사람들이 김대중 김영삼 때 정계로 많이 흡수되었다. 여기서 '흡수되었다'는 표현을 쓴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노동, 농민, 빈민, 통일 등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다가 정계로 간 사람들은 제도 정치권으로 ‘뛰어든다’는 말을 했다.

1987년 당시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양대 정파(김대중ㆍ김영삼)는 대통령을 민정당 노태우에게 넘기고 말았다. 그 뒤 새천년민주당(김대중), 신한국당(김영삼)은 젊은 피를 수혈한다는 명분으로 운동권의 젊은 인사들을 경쟁적으로 데리고 갔다. 1990년대 중반쯤의 일이다.

호랑이 잡기 위해 호랑이 굴로 뛰어든다 하지만

거기에 응한 사람들 중, 특히 김영삼의 신한국당으로 간 사람들은 동지들의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운동권 세계와 신한국당이란 정당 사이에 메울 수 없는 갭(gap)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 때 신한국당 행 운동권 인사들이 둘러 댄 속담이 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

자신들의 심정을 우회적으로 나타내기에 적당한 속담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이 허망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생각인즉슨 운동 판에서 성장한 그들이 개혁적 마인드를 갖고 보수 정당에 들어가서 체질을 바꿔 놓겠다는 것이다.

이재오 장기표 조춘구 정태윤 등은 1990년 민중당을 창당했다. 이들은 사회운동의 강경파에 속하는 사람들이었다.

이재오 김문수 원희룡 등의 사람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여기에 장기표 오세훈 차명진도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여러 사람이 있지만 비슷한 경로로 방향을 바꾸어서 지금까지 현역으로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사람들을 예거한 것이다.

이들이 과연 호랑이 굴에 들어간 사냥꾼이 되었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도리어 보수 강경파(극우)로 행세하면서 그쪽 홍위병을 자처하며 설쳤다. 과거 한 솥 밥을 먹으며 동고동락하던 동지들을 폄훼하고 그들이 걸어온 운동의 길을 부정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극단적 보수의 홍위병이 된 사람들

보수로 우글거리는 그 동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더욱 극단적 발언을 쏟아내야 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그들을 아는 사람들은 혀를 찼다. 정치인이 되기 전에 인간이 되어야 하는데, 그것을 기대하기엔 이미 난망한 사람들로 변해 있었다. 미래통합당으로 21대 총선에 나오는 사람도 몇 있다.

김종인은 이들과는 또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이다.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 박정희 때부터 현실 정치에 관계해 왔다고 그 스스로 고백하고 있으니 정치권과는 오랜 인연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당장 떠오르기는 19대 박근혜를 도와 대통령에 당선시켰고 그 뒤 20대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대표)을 도와 제1당을 만들었다.

이런 김종인을 두고 '지략가'로 포장하여 다시 불러내려는 쪽은 황교안이 대표로 있는 미래통합당이다. 일찍이 선거대책워원장 말이 나왔었는데, 간다만다 왔다 갔다 하다가 결국 가기로 최종 결정된 모양이다. 미래통합당의 의도대로 될지는 총선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다.

오는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승기를 잡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 '정치-언론-검찰-기독교'가 보이지 않는 카르텔을 맺고 지금까지 누려온 기득권을 지키려고 발버둥을 치는 형국이다. 하지만 국민 다수를 위하는 정책적 명분을 누를 수는 없다. 적폐 청산에 대한 대의를 무너뜨릴 수 없다.

▲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 미래통합당으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26일 오전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자택을 방문, 인사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미래통합당 총괄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사진=서울신문) .

김종인이 다시 찾은 미래통합당

지금 잦아들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해서도 어깃장이다. 미래통합당과 조중동이 온갖 이유를 갖다 대며 정부가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며 물고 늘어진다. 그러나 외국에서 보는 제3자의 시각은 문재인 정부가 잘 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방역 기술을 가르쳐 달라는 요청이 쇄도한다.

황교안의 미래통합당으로서는 최후의 수로 김종인을 생각했을 것이다. 수도권의 표심과 중간 부동층을 끌어들이는데 김종인을 영입하는 것이 큰 효과가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 같다. 과연 그럴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지난 촛불혁명을 기점으로 민도가 제고되었다는 점이다. 민도의 상승은 사람을 보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정당의 정책에 따라 표심이 표출되는 것을 뜻한다. 둘째, 김종인의 선거 약효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점을 들고 싶다. 각기 다른 정파를 한 번 옮기는 것 까지는 국민들이 봐 줄 수 있다.

그러나 다시 옛 조직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무시할 수 없다. 일종의 훼절에 대한 반감이다. 따라서 김종인의 영입이 중간 부동층에 그렇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본다. 셋째,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이 하는 말들이 나이에 걸맞지 않게 너무 가볍다. 김종인은 80의 연치를 갖고 있다. 지략과 정치는 나이를 초월해 있다고 말들 하지만 하는 말은 연륜에 비례하는 게 자연스럽다.

김종인이 최근에 펴낸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 그는 이 책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편안히 임기 마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주위에서는 팔순 나이에 어울리지 않은 가벼운 입놀림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노 지략가의 너무 가벼운 입

최근에 한 그의 말 중 문재인이 임기를 제대로 마치기가 힘들 것 같다고 했다. 탄핵으로 물러나라는 말인가. 그가 쓴 회고록을 보니 자신 일생일대의 잘못이 두 번 있는데 하나는 박근혜를 대통령 앉힌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재인을 대통령 만든 것이라고 했다. 교만도 이런 교만이 없다. 대통령은 국민의 표로 결정되는 것이지 한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의 면면을 보면 4,50대가 주축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여러 영역에서 두드러지게 뛰는 리더들이 거의 그 연배다. 아무리 선거에 대한 지략이 뛰어난 자라 해도 팔순 노인이 선거판을 쥐락펴락 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에 김종인의 지략이 제대로 먹혀 들어가는 환경이 못 된다는 얘기다.

4.15 총선이 20일 남았다. 출마 등록을 하고 뒤이어 선거운동이 시작될 것이다. 어느 당을 막론하고 공명정대한 선거운동을 하기 바란다. 이젠 포지티브 선거운동을 할 때가 되었다. 후보도 중요하지만 유권자의 선택이 더 중요하다. 유권자도 구태를 벗어나야 한다. 혈연•지연•학연•교연... 이런 것을 탈피하고 어떤 인물이 무슨 정책으로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잘 섬길 것인가를 보고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발행인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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