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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떠난 아들 퇴직금·어머니 조의금'…천사들의 코로나 기부
편집부뉴스1 황희규 | 승인 2020.03.22 08:50
 

(광주·전남=뉴스1) 황희규 기자 = "세상을 떠난 아들의 뜻을 잇고 싶어요." 지난 17일 광주 동구청. 기부를 하고 싶다는 60대 할머니의 전화가 걸려왔다. 기부금은 875만원. 적지 않은 금액이다.

사연을 물었다. 올해 예순다섯인 오연옥씨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아들이 동구청 공무원이었다고 했다.

서른여섯살 안모씨. 2017년 2월부터 공무직 근로자로 동구청에 들어와 일을 시작했다. 동구 청년체육과 소속으로 용산생활체육공원 관리 업무를 맡았다. 만 2년을 채우고 한 달이 지나가던 지난 2월 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875만원은 아들이 2년 1개월간 근무하고 남긴 퇴직금이었다. 오씨는 "주변 어르신에게 깍듯하고 누구에게나 친절했던 착한 아들이었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아들의 평소 뜻을 잇고 더 의미있게 쓸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하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어려운 이웃에게 작은 힘이라도 되고자 기부하게 됐다"고 했다.

사연을 들은 구청 공무원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기부하도록 도왔다. 구청은 직접 기부를 받을 수 없어서다. 구청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전달받은 퇴직금으로 코로나19 예방물품을 구입해 취약계층에게 고루 전달하기로 했다.

임택 동구청장은 "고인은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던 성실한 공직자였다"며 "후원에 감사드리고 어려운 이웃들이 코로나19를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범 세계적 위기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광주전남지역에선 시민들의 기부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22일 광주와 전남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오씨처럼 사고로 숨진 공직자의 퇴직금을 전액 기부한 유족부터 고사리 손으로 모은 저금통, 마스크, 쌀 등 '기부 천사'들의 따뜻한 손길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8일 광주 충장동 행정복지센터엔 한 남성이 4살짜리 딸을 안고 방문했다. 아이는 아빠 품에서 수줍은 목소리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라며 종이가방을 센터 공무원에게 건넸다.

종이가방에는 마스크 7개와 동전이 담긴 고양이 모양의 저금통이 들어있었다. 동전을 세어보니 2만9000원이었다.

앞서 17일에는 오후 3시쯤 광산구 운남행정복지센터에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70대 여성이 찾아왔다. 이 여성은 센터 직원에게 봉투 하나를 조용히 전달하고 나갔다. 봉투에는 현금 30만원이 담겨 있었다.

센터 직원은 성금 기부 절차에 따라 이름과 연락처를 물었지만, 여성은 "그동안 나라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다"며 "이제 나라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데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고 싶다"는 말만 남겼다.

16일에는 광주 서구 금호지구대에 봉투를 든 60대 후반의 한 남성이 들어왔다. 남성은 지구대 안내데스크에 봉투를 올려놓으며 "어머니 조의금"이라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과 나누고 싶다"고 말한 뒤 지구대 밖으로 나갔다.

지구대 소속 경찰관은 급히 남성을 따라나섰지만, 그는 "어머니 유언에 따라 돈을 좋은 곳에 쓰고 싶었다"며 "장례를 치르고 와서 경황이 없으니 그저 좋은 곳에만 써달라"고 말하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봉투에는 오만원권 40장, 현금 200만원이 담겨있었다. 금호지구대는 이 남성이 거주하는 치평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그의 뜻을 전하고 기부금을 전달했다.

광주 북구 두암지구대에서도 한 남성이 자녀들과 함께 찾아와 "경찰관들이 현장에서 고생 많으시다"며 마스크 40매를 기부했다.

광산구 우산동 행정복지센터에는 "기부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익명의 기부자가 현금 50만원과 방역마스크 13개가 들어 있는 종이가방을 놓고 갔고, 첨단2동 행정복지센터에는 흰색 마스크와 모자를 쓴 40대로 추정되는 여성이 방문해 '필요한 곳에 써 주세요'라는 메모와 함께 천원권 12장, 동전 1439개 등 24만2620원이 담긴 가방을 놓고 가기도 했다.

 

전남에서도 기부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7시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전남 광양소방서를 찾아와 마스크 30매를 기부했다.

그는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소방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말없이 종이가방을 놓고 나갔다. 깜짝 놀란 소방서 직원은 "누구신데 이 가방을 놓고 가느냐"면서 붙잡았다.

남성은 "마스크인데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고생하는 소방관들 쓰시라"고 짧게 말하고 문을 나섰다. 이름이라도 알려달라는 소방서 직원의 부탁에도 그는 손사래를 치며 황급히 사무실을 떠났다.

전남 순천에서는 한 남성이 5살 아들과 함께 순천시 여성가족과를 찾아 '응원한다'며 돼지저금통과 현금 20만원이 든 봉투를 내밀었다.

이름과 연락처를 묻는 직원 질문에는 "조용히 기부하고 싶다"며 문을 나섰다. 돼지저금통에는 2017년 9월4일부터 모았다는 기록과 함께 23만19890원이 들어있었다.

돼지저금통과 함께 전달된 손편지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시는 모든 분께 격려와 박수를 보낸다. 부족한 정성이지만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모든 분께 큰 힘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적혀있었다.

또 '계속되는 긴장감속에서 코로나19 업무로 인해 지쳐가고 있지만, 고사리 손이 전하는 따뜻한 마음이 순천시 곳곳으로 퍼져 하루빨리 모든 국민들이 일상생활로 돌아가기를 바란다'는 소망이 담겨 있었다.

편집부뉴스1 황희규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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